[맛있는 이야기] 꽃이 되고 싶었던 황후의 ‘특별한 간식’…OO꽃 설탕절임

관리자 2026. 5.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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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제비꽃 설탕절임
향기 짙은 유럽산 야생화 과자
꽃잎 세척·건조후 설탕옷 입혀
비극적 삶 살다간 엘리자베트
거식증·다이어트 중에도 즐겨
황실 납품 제과점 ‘데멜’서 판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는 제과점 ‘데멜’의 제비꽃 설탕절임을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멜 인스타그램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여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이 ‘꽃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장면은 시선을 붙든다. 알록달록한 식용꽃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향기로운 아까시꽃은 바삭하게 튀겨낸다. 사실 꽃 자체에는 특별한 맛이 없다고 하지만 식용꽃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활용되는 데는 운치와 낭만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의 꽃 요리로는 봄철 진달래로 만드는 화전과 화채가 먼저 떠오른다. 가을에는 노란 국화가 화전의 재료가 된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는 식용 장미를 우려낸 장미수로 다양한 요리에 향을 입혔다.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에는 ‘제비꽃 설탕절임’이라는 시집이 있다. 진짜 이런 음식이 있을까 싶지만 유럽에서는 왕족이나 상류층이 즐기던 고급 간식이었다고 한다.

제비꽃은 그 아종(亞種·종을 다시 세분한 생물 분류 단위)이 다양하다. 이른 봄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히 보이는 제비꽃과 유럽산 제비꽃은 차이가 크다. 특히 강렬한 향을 지닌 제비꽃 종류는 한국에 거의 자생하지 않는다.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는 제비꽃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꽃을 이용한 시럽과 리큐어(혼성주), 아이스크림처럼 다양한 지역 음식이 관광상품으로 유명하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제비꽃 설탕절임을 간식으로 자주 먹었다고 한다.

제비꽃 설탕절임을 특별히 좋아한 인물로는 ‘시씨’라는 애칭으로 불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트가 있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아내이면서 생전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유명인사로 명성을 떨쳤고, 극적인 인생사와 비참한 죽음을 겪은 인물이기도 하다. 엘리자베트 황후의 삶은 동명의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그녀는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유럽 왕족 중 하나가 됐다.

엘리자베트는 왕위 계승과 거리가 먼 방계 출신이기에 자유롭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언니와 맞선을 보러온 오스트리아 황제가 엘리자베트에게 반하면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황실의 안주인이라는 쉽지 않은 자리를 맡게 된다. 답답한 궁중생활과 까다로운 시어머니 조피 대공비와의 갈등은 차츰 엘리자베트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압박감을 이겨낼 방법으로 외모를 가꾸는 일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거식증에 가까울 정도로 식사를 제한하다가 식욕을 이기지 못해 폭식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됐고, 평생 173㎝의 키에 46∼49㎏의 체중을 유지했다고 한다.

‘데멜’에서 판매 중인 제비꽃 설탕절임. 데멜 홈페이지

엘리자베트가 극도로 식단을 절제하는 중에도 사랑했던 간식이 있었다. 바로 황궁에 과자를 납품하는 ‘데멜’의 제비꽃 설탕절임이다. 꽃잎을 채취해 세심하게 세척·건조하고 모양을 해치지 않게 설탕옷을 입히는 데에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과자점 ‘데멜’은 현재까지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황궁을 방문하면 기념관에서 제비꽃 설탕절임을 구매할 수 있다.

화려하지만 절대로 편해질 수 없는 현실에서 엘리자베트는 또 다른 도피처로 여행을 택했다. 사실상 신분이 노출된 상태로 유럽 각지를 누볐던 황후는 스위스에서 한 무정부주의자의 피격을 받아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평생 자신을 옭아매 가며 ‘꽃’이 되고자 했던 그녀가, 꽃이 아닌 인간으로 행복해지기를 원했다면 그 결말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정세진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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