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긴급조정? 이 나라는 노사중립을 모른다

김기덕 2026. 5. 1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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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약 5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 나라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노조에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라며 자신의 탓이라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에 따라 노사 간 닫혔던 협상이 다시 열리게 됐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18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이 재개돼 진행됐다. 그리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이 재개되기 전날인 17일,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서 삼성전자 파업에 긴급조정 등 대응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는 긴급조정권 행사를 시사한 것이라고 언론은 보도했다. 한편, 수원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18일 일부 인용하는 결정을 내려서 쟁의행위 중에도 쟁의행위 전 안전시설에 대해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등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노조의 전면 파업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됐다.

2. 어제 나는, "파업권을 잃지 않지만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는 만큼 파업에 명분과 정당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라고 내가 말했다는 기사 초안을 문자메시지로 받아 읽고서 곧바로 기자에게 전화해서 인터뷰의 취지에 반한다며 동의할 수 없으니 빼달라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현재 교섭대표노조로서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파업을 추진하고 있는 노조를 상대로 비반도체 노조원들이 노조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신청을 한 것에 관해 기자는 전화해서 물었다. 이에 나는, 오늘 이 나라가 온통 사측인 삼성전자 편을 들어 삼성전자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하고 파업을 추진하고 있는 노조나 그 노조간부를 비난하고 고립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삼성전자의 다른 노조나 조합원들의 교섭대표노조를 상대로 했다는 가처분신청 등 소송건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노노갈등 운운하면서 노조의 파업 명분을 약화시켜 노조의 사측을 상대로 한 교섭력과 투쟁력, 나아가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짓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교섭을 요구한 노동자 편은 아니라도, 최소한 노사 중립에서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단체교섭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과 구체적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이 나라의 법은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사용자가 성실히 응해서 교섭해야 하고, 이러한 노사 간 협상에 국가(권력)는 중립에서 공정하게 조정하는 등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등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뿐만 아니라고, 언론 등도 같은 자세를 갖고 보도해야 법대로 이 나라에서 노동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아니다. 오늘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두고서는 중립은 고사하고 온통 노조의 요구를 비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이후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전개돼온 양상을 돌아보면,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사측이 적극 들어줘야 한다며 노동자, 노조의 편에서 적극 지지하고 조정·중재하려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오늘 이 나라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노조의 명분과 정당성을 약화시켜 삼성전자에서 교섭과 파업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결국은 사측이 원하는 수준으로 노동자의 성과급을 정리되도록 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용자에 대한 노조의 교섭 요구를 비난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노동자에게 단체교섭권의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그 비난을 통해서 노동자의 파업 등 투쟁력을 약화시켜 단체행동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법대로의 생각으로 나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기사 초안에 인용한 내 말의 취지가 왜곡됐다며 삭제하라고 했던 것이다.

3. 18일 수원지법에서 했다는 위법쟁의행위 중지 가처분 결정은 뭐 별거라고 노조가 겁먹을 것은 아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면, 위법한 쟁의행위를 하지 말라고 가처분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위법한 쟁의행위는 법적으로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법원이 가처분 결정했다고 해서 할 수 있도록 보장돼 있는 적법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노조는 예고한 대로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면 될 일이다. 대단하게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했다며 노조가 예고한 대로 정상적으로 파업을 하기 어려워진 듯이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식의 가처분 결정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 요구를 두고서 노사 간에 힘 겨루기를 하면서 협상하고 있는데, 그 일방 당사자인 사측의 신청을 인용해 주는 법원의 결정은 사측의 선전 도구로 활용돼 자칫 노측의 힘을 약화시켜 사측으로 협상이 기울어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4. 17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정부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18일부터 시작하는) 노사 간의 대화를 끝까지 적극 지원하겠다"면서도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대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은 단체교섭권 행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사용자가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법은 없다. 그저 노조의 교섭 요구에 사용자가 교섭에 응해서 교섭하기만 하면 부당노동행위도 아니고, 그 어떤 위법행위도 아닌 것이다. 그래서 교섭요구를 관철할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보장한 것이 단체행동권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노조법은 주체, 목적(대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으로 자세하게 제한, 금지하면서 이를 준수해 행사하도록 파업 등 쟁의행위로 보장하고 있다. 파업 등 쟁의행위라는 무기가 없다면, 노동자가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사용자를 상대로 요구를 관철할 방법이 없다. 그저 사용자의 선의만 기대야 한다. 사용자의 선의에 기대서는 안되는 것이기에 이 나라의 법은 노동자들에게 파업 등 쟁의행위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 김민석 총리는 긴급조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담화하면서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이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박탈할 것이라고 밝히고 말았다. 삼성전자에서 요구를 관철할 노동자의 무기를 빼앗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노사 중립에서 공정하게 노사분쟁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일방인 사용자편을 들겠다는 선언이다. 파업에 돌입해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니다. 현재는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렇게 미리 긴급조정하겠다고 정부가 밝힌 것은 노동자에게서 파업 등 쟁의행위라는 무기를 빼앗겠노라고, 노동자가 쓸모없는 무기를 들고 있노라고 사용자에게 공인해준 것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정부의 담화로 이제 삼성전자에서 성과급 요구를 관철할 노동자의 무기는 사라졌다. 긴급조정에도 불구하고 위법하게 파업 등 쟁의행위를 강행하겠다고 하지 않는 한 무기 없이 사측과 협상할 수밖에 없게 생겼다. 노동자에게서 파업 등 쟁의행위라는 무기를 빼앗는 것만큼 권력이 노사 간 중립을 해하는 짓은 없다. 그런데도 함부로 그것을 노사 간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이니 "노사 간의 대화를 끝까지 적극 지원하겠다"는 총리의 말은 사측 이재용 회장의 뜻에 따르겠노라는 말로 들린다.

5.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X에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긴급조정권 행사를 시사했다. 그가 말한 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당연한 말이고, 비난받을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긴급조정권 행사를 담화한 오늘은 대통령의 말이 그저 당연한 말로 읽히지 않는다. 삼성전자 파업에 긴급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나는 자꾸만 하지 않은 말의 의미를 찾아 읽게 된다. 그러니 이재명 대통령의 게시글에 대하여도 나는 앞서 김민석 총리의 담화문에 대해서 했던 비판을 할 수밖에 없겠다. 긴급조정은 파업 등 쟁의행위라는 무기를 권력이 노동자에게서 빼앗는 짓이다. 긴급조정이야말로 권력이 노사간 중립을 해하는 짓이다.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기업 경영권만큼 노동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진정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노동자 파업에 긴급조정권 행사 운운해서는 안 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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