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술병도 끝?”⋯11월 경고그림 의무화에 주류업계 긴장

오는 11월부터 술병 전면에 음주운전 경고 그림 부착이 의무화되면서 주류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음주운전 예방과 공공보건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소비 위축과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특히 병 디자인과 라벨 자체가 상품 경쟁력으로 꼽히는 위스키·와인·전통주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과 관련 고시를 오는 11월 9일부터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은 음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가장 큰 변화는 주류 경고문구에 ‘음주운전 금지’ 내용이 새롭게 포함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임신 중 음주 위험이나 과도한 음주의 건강상 위해성을 알리는 수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음주운전 위험성까지 강조하게 된다.
또 기존 텍스트 중심 경고 방식에서 벗어나 그림 형태의 경고 표시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그림 경고가 소비자 주의를 더 직관적으로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고문구 글자 크기 역시 확대되며, 개정 기준은 2026년 3월 19일 이후 출고되거나 수입 신고되는 모든 주류 제품에 적용된다.
업계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최근 주류 시장은 ‘헬시플레저’ 트렌드 확산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음주 자체를 줄이려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 1회 이상 음주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전년(9.0일)보다 줄었고, 하루 평균 음주량도 6.7잔에서 6.6잔으로 감소했다. 특히 20대의 음주 빈도와 소비량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 역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이후 하이볼 열풍으로 급성장했던 위스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자 업계는 프리미엄 제품과 브랜드 경험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위스키와 와인 시장에서는 병 디자인과 패키지 자체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정판 위스키나 아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의 경우 병 자체를 수집하는 소비층도 형성돼 있으며, 일부는 음용 이후에도 병을 인테리어 소품이나 컬렉션 형태로 보관한다.
전통주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동소주·이강주 등은 한국 고유의 문양과 병 형태, 한지 느낌의 라벨 등을 활용해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명절이나 기념일 선물용 수요도 많은 만큼, 업계에서는 병 전면 경고 그림이 전통주 특유의 이미지와 상품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와인·전통주는 병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이자 상품 경쟁력인 경우가 많다”며 “경고 그림이 병 전면에 들어가면 프리미엄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