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어 시진핑 찾은 푸틴…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노릴까

박은하 기자 2026. 5. 19. 06: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러 선린우호 협력 조약’ 25주년
전략적 목표 강화하고 공동전선 확인
푸틴은 외교적 입지 재확보 안간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9월 2일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20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하고 중·러 전략 협력 강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이란·우크라이나·대만 문제 등을 논의하며 전략적 공조를 대외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이 푸틴 대통령의 25번째 방중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양국 관계, 다양한 분야의 협력, 그리고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2001년 체결한 ‘중·러 선린우호 협력 조약’ 체결 25주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푸틴 대통령과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체결한 선린우호 협력 조약은 중·러가 1996년 체결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제도화하고, 당시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에 나서던 미국에 맞서 유사 시 양국이 공동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날 중·러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뼈대가 된 조약이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양국이 공동으로 지향하는 ‘다극적 세계질서’의 틀 안에서 이란,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으로 미·중이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내세운 가운데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중·러의 오래된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려는 것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을 인용해 “크렘린궁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언론 보도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은 직접 정보를 얻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오룽 상하이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조약 갱신 문제를 논의하고, 이 역사적인 시점에서 외부의 혼란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 높은 전략적 차원에서 협력을 수행하는 방안과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특히 이란,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 등을 논의하며 전략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기간 리창 중국 총리와도 회담하며 무역·경제 협력 전망을 논의할 전망이라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대 개발과 지난해 9월 맺은 몽골을 경유하는 중·러 가스관 프로젝트인 ‘시베리아 2’ 사업 진전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시베리아2 가스관 사업은 그동안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나 러시아 측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를 계기로 사업에 추진력이 생겼다고 기대한다고 전해진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전승절 행사 연설에서 가스관 프로젝트 관련해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일주일 만에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을 두고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좀 더 절실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경제 형편이 크게 어려워졌다. 러시아는 올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5년째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1%가 될 전망이다. 경제난을 돌파하려면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돼 서방의 대러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에서 밀려난 것으로 여겨진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외교적 존재감을 발휘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호주 기반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에 반입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종식에 집중하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더 컨버세이션은 “미·중관계가 예측가능하고 안정되면 푸틴 대통령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약화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방중은 이 같은 상황에서 존재감을 재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중·러의 다른 이해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이란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러시아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어느 정도 득을 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수입의 3분의 1 이상,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지만, 러시아가 중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에 불과해 베트남보다도 규모가 적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푸틴 대통령의 연이은 방중으로 자국의 외교적 위상이 올라갔다고 자평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분석가들은 냉전 이후 한 국가가 미국과 러시아 정상을 일주일 안에 연달아 초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베이징이 세계 외교의 중심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 트럼프에 경고하던 중국 관영 매체···푸틴 방중에 “중·러 관계,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181628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