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전기 저장 ‘거대한 배터리’… 비상시 대응 ‘전력 응급실’

이승주 2026. 5.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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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발전소는 발전 분야에서 '응급실'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최근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 응급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박병조 예천양수발전소 소장은 "최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날씨에 따라 어떨 때는 전기가 남아도는가 하면 어떨 때는 전기가 부족해지는 등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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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양수발전소 현장 가보니
낮엔 태양광 등 잉여전력으로 ‘양수’
필요시 적재적소 공급 ‘5분 대기조’
전력계통 불안정성 보완 큰 역할
갈수록 역할 커져 흑자로 돌아서
영동·홍천 등 양수발전 준공 앞둬
둘레길 조성 등 관광객 유치까지

“양수발전소는 발전 분야에서 ‘응급실’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최근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 응급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요.”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예천양수발전소에서 만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양수발전의 역할을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경북 예천군 은풍면 예천양수발전소 하부댐 전경. 한수원 제공
언뜻 볼 때 여느 수력발전소와 다름없는 이곳이 어떻게 ‘전력 응급실’의 역할을 한다는 것일까. 그 궁금증에 차를 타고 주변을 둘러봤다. 저 아래 어렴풋이 또 다른 저수지가 내려다보였다.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일반 수력발전소가 거대한 댐으로 막혀 하나의 저수지로 조성된 구조라면, 양수발전소는 상?하부 두 개의 저수지로 연결된 구조다. 땡볕이 내리쬐던 이날 낮, 여느 수력발전소와 같이 상부에서 하부 저수지까지 낙차를 이용해 발전(發電)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전력이 남아도는 다른 시간 대에는 그 반대로 움직인다. 그 잉여 전력을 활용해 하부 저수지 물을 상부로 끌어올려 물을 저장해두는 ‘양수(揚水)’를 시작한다. 이처럼 평소에는 물을 끌어올려 전기에너지를 저장해뒀다 필요시 전기를 공급하는 거대한 배터리와 같다는 점에서 양수발전소를 ‘웨스’(WESS·Water Energy Storage System)’라고도 부른다.

원자력발전소 등 다른 발전소가 전기를 꾸준히 공급하는 것과 달리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부족한 위급 상황 시 적재적소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전력계통 안정화에 나서는 응급실 역할을 한다.

박병조 예천양수발전소 소장은 “최근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면서 날씨에 따라 어떨 때는 전기가 남아도는가 하면 어떨 때는 전기가 부족해지는 등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과거에는 양수발전 역할이 크지 않아 적자상태에 시달렸지만, 최근 들어 전기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일정하게 유지하는 양수발전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전기는 매 순간 60Hz 수준의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날씨 변동성이 큰 신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전력계통 유지가 어려워졌다. 이 때 전력 생산에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까지도 걸리는 다른 발전소와 달리 단 3~5분이면 전력을 생산하고 대처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가 순간적인 출력 변동에 실시간 대응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양수발전소는 2011년에 준공된 예천 발전소가 마지막일 정도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충북 영동군(2030년)과 강원 홍천군(2032년), 경기 포천시(2033년) 3곳에 총 1.8GW 규모로 연이어 준공되고 있을 만큼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총 공사비는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재명정부가 현재 35GW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30년까지 2배 이상인 78GW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터라 향후 양수발전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양수발전소 인근 지역주민과 상생에도 노력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과 운영기간 동안 지역별로 최대 약 61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건설과정에서 지역 인력과 기업이 최대한 투입될 수 있게 해 지역과 상생에 힘쓰고 있다”며 “특히 준공 이후에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 지역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댐 주변 조경이나 둘레길 조성 등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천=이승주 기자 joo4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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