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장실·기숙사 이용에 어려움 겪는 서울대 성소수자들…“모두의 화장실·성별 포용적 기숙사 설치해야”

서울대에 재학 중인 성소수자 구성원들이 화장실이나 기숙사, 상담 기구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모두에게 안전하고 포용적인 캠퍼스 조성을 위해 대학 차원에서 포괄적 차별 금지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8명의 서울대 연구진은 지난달 29일 이러한 내용의 ‘성소수자 구성원 지원 정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서울대를 다니는 성소수자 구성원 22명을 면접하고 사례를 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내 성소수자 학생들은 화장실과 기숙사, 학내 상담기구 등 학교 시설 이용에 각종 제약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소수자 학생들은 ‘외부 인식이나 시선 때문에 학내 설치된 화장실을 편히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화장실을 사용할 때면 주변을 많이 살피고 들어가고 나올 때도 발소리를 듣고 잘 살핀 후 나온다”며 “(특정 성별의) 화장실에 들어갈 때 오해를 받는다”는 등의 경험을 토로했다. 이들은 “학내에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곳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아웃팅(당사자의 동의 없이 타인에 의해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이 강제로 폭로되는 일)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많은 공간에 설치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제한되지 않고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성 중립화장실을 뜻한다. 현재 국내에는 성공회대학교와 카이스트에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돼있다. 성전환자들이 공중화장실 이용을 어려워하고 회피하는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서울대 연구진은 “매년 본부 학생처장과 학생소수자위원회(학소위) 간담회에서 학소위 측이 성 중립화장실 설치를 요구하지만 공간 계획과 직결된 문제라는 이유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소수자 학생들은 기숙사 거주 환경에 성소수자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기숙사 방 배정과 관련해 “학교 차원의 고려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등 방식으로 서울대에 온 외국인 성소수자 학생들은 학내 거주 지원 등이 없다며 성소수자 동아리에 가입하는 경우가 매 학기 2~3건 존재한다고 했다. 2019년 서울대에 방문교수로 온 미국인 역사학자가 자신의 동성 파트너와 함께 기숙사에 거주하기 위해 입주 신청을 했으나 학교 측이 반려했던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연구진은 “영국, 캐나다뿐 아니라 지난해 일본 도쿄대에서도 기숙사에 ‘모든 성 공용 층’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서울대에) 도입하더라도 (성소수자가) 아웃팅되지 않고 낙인 효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과 공간 조성, 실질적인 안전과 프라이버시 보장, 구성원의 인식 개선 등 다양한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성소수자 구성원들은 학내 상담기구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 등이 부족하다고 문제 제기했다. 체육 시설 이용과 숙박을 동반한 학교 행사 참여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연구진은 “국제 인권 규범과 세계 주요 대학 기관 수준에 부합하는 일반적·포괄적 차별금지원칙을 대학 차원에서 확립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학내 인권센터와 다양성위원회, 보건진료소 등 관계기관이 협력해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무지개 네트워크’ 체계 신설도 제안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12150001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311401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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