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기술 초격차’ 확보… LG엔솔·삼성SDI, R&D 투자 확대
업황 부진 속에도 차세대 배터리 투자 지속
LMR·전고체·46파이 중심 미래 시장 선점 경쟁
ESS·AI 인프라 성장 맞물려 기술 경쟁력 강화

[대한경제=이계풍 기자]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와 글로벌 업황 악화 속에서도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오히려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단기적인 실적 방어에 급급하기보다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 업황 반등 이후 도래할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정공법이다.
18일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연구개발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증가한 34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1분기 전체 매출의 5.2%에 달하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차세대 전극 공정 기술 등 미래 핵심 플랫폼 확보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술 경쟁력의 척도인 지식재산권(IP) 부문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등록 특허 약 5만8000건, 출원 특허 약 9만9000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총 15만건이 넘는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다지며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릴 거대한 진입 장벽을 세웠다.
동시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협업)을 통한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국내외 중소기업, 스타트업, 대학 연구기관과 손잡고 배터리 안전 진단 및 소재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LG그룹 차원의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LG 테크 콘퍼런스’ 등을 통해 핵심 R&D 수급에도 전사적 역량을 보태고 있다.
삼성SDI는 불황 속에서 한층 더 공격적인 투자 본능을 드러냈다. 삼성SDI의 1분기 R&D 투자액은 4348억원으로, 전년 동기(3570억원)보다 2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11.2%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12.2%까지 끌어올렸다.
삼성SDI가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와 차세대 프리미엄 라인업인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단순 외형(생산 능력) 경쟁에 내몰리기보다, 고에너지 밀도와 독보적인 안전성을 갖춘 최고급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북미 합작공장(JV) 건설을 차질 없이 진행하며 중장기 양산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가 단기 적자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R&D 고삐를 죄는 이유는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전력 효율과 안정성을 극대화한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급부상했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사이, ESS라는 거대한 또 하나의 성장 축이 열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시장은 누가 공장을 더 크게 짓느냐의 치킨게임에서 차세대 소재, 비파괴 진단 기술, 전력 최적화 능력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의 ‘기술 전쟁’으로 전환됐다”며 “업황 부진에도 R&D 투자를 줄이지 않는 기업들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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