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 6.55%를 1조 33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두나무와 합병을 앞두고 있는 네이버에게 호재로 평가됐다.
은행과-가상자산 거래소-빅테크 플랫폼을 잇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한 축을 네이버가 담당할 수 있게 됐기 때문.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와의 격차, 전 세계 AI 벨류체인에 합류하지 못한 점, 두나무와의 합병 지 및 제도적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주가는 올해 초 24만 7000원에서 현재까지 (5월 19일 기준) 약 19% 하락했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파티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4,309.63에서 7516.04로 74% 급등했다. 조만간 8000선을 넘어 1만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종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이나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달리 네이버는 현재 소프트웨어 플랫폼 영역에서 폭발적인 AI 성장 흐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며 "지금도 충분히 돈을 잘 벌고 있고 향후 1~2년 성장 잠재력도 갖고 있지만, 반도체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이 덜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뉴스1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다. '검색의 시대'가 저물면서 네이버의 성장세 역시 한 풀 꺾일 것이란 우려가 무색하게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네이버 매출은 최근 4년 간 2022년 8조 2201억원, 2023년 9조 6706억원, 2024년 10조 7377억원, 2025년 12조 350억원으로 늘어나며 두 자릿대 성장률을 이어왔다.
올해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1분기 매출 3조2411억 원, 영업이익 541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3%, 영업이익은 7.2% 각각 증가한 것이다.
본업인 검색을 시작으로 커머스와 플레이스 등 기존 서비스 전반에 AI 기능이 접목되면서 플랫폼 경쟁력이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커머스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용자 검색 의도와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추천 기능을 고도화한 것이 수익 확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일부 이탈 고객이 일부 네이버 쇼핑으로 유입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커머스 사업은 매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2년 1조8011억 원이었던 커머스 매출은 전체 매출의 21.9%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2조5466억 원으로 늘며 비중이 26.4%까지 확대됐다.
2024년에는 2조9230억 원(27.2%), 2025년에는 3조6884억 원(30.6%)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3분의 1 수준까지 성장했다. 불과 3년 만에 매출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문제는 확장성이다. 커머스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쇼핑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더라도 물류 인프라와 현지 소비자 데이터 측면의 제약으로 인해 같은 모델을 일본이나 동남아, 중동 등 해외 시장에 이식하기 어렵다는 것.
더욱이 국내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탈팡' 흐름으로 한때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가 증가했지만, 여전히 쿠팡의 시장 지배력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 '무제한 무료 배송'을 앞세워 배송 혜택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한 쿠팡의 배송 경쟁력을 압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쿠팡은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 배송 뿐 아니라 '무제한 반품'까지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가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했을 당시만 해도 해외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국내에서 모델의 경쟁력을 검증한 후 비영어권 국가, 자체 초거대 AI 모델이 없는 국가 등을 중심으로 해외 확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단독 서비스를 지난 4월 9일 종료했다. AI를 별도 플랫폼으로 키우는 대신 기존 서비스 전반에 AI 기능을 녹여 넣는 내재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두고 네이버가 글로벌 AI 플랫폼 경쟁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AI에 기존 서비스를 잇따라 연동하며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는 흐름과도 맞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AI 투자가 장기 성장 동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종원 연구원은 "본업 성장성이 좋다는 점은 시장도 이미 알고 있다"며 "결국 AI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며 "현재로선 AI 투자 확대가 오히려 비용 증가 요인으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네이버 쇼핑이나 카카오 메신저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 서비스에서는 개인 맞춤형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AI 기술 적용이 필수적이며, 자체 AI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서비스 지속 가능성도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