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랑 완주하고 인증샷”…홍천 숲길 메운 4000여마리 반려견 [르포]

박윤희 2026. 5. 1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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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함께 걷는 숲길 트레킹…자연 속 완주 경험
강형욱 훈련사 참여 포토타임·고민상담소 큰 호응
유통업계, 반려동물 캠페인·유기동물 보호·기부 활동 확대

“올해도 구름이와 완주하려고 왔어요. 연례 행사처럼 가족 모두 참여하고 있어요.”

17일 오전 ‘댕댕트레킹’ 비밀의숲 코스에서 만난 반려견들. 박윤희 기자
주말인 17일 오전 8시 30분쯤.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 일대에서 열린 ‘댕댕트레킹’ 비밀의 숲 코스 출발 지점에서 만난 40대 참가자 A씨는 올해 8살 된 반려견 ‘구름이’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체중이 4kg 남짓 되어 보이는 구름이는 낯선 사람의 손길에도 꼬리를 흔들며 연신 주변 냄새를 맡았다. A씨는 “이번이 4번째 참가”라며 “올해는 트레킹이 끝난 뒤에도 플레이그라운드에서 구름이와 뛰어놀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체격도 속도도 제각각…반려견과 함께한 ‘숲길 트레킹’

이날 비발디파크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반려견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작은 체구의 치와와부터 대형견 골든리트리버까지 다양한 견종과 보호자들이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출발선으로 향했다. 반려견들은 꼬리를 흔들며 풀냄새를 맡느라 분주했고, 보호자들은 목줄을 정리하거나 기념사진을 찍으며 코스로 향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위해 참가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정비했다. 경사 구간에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박윤희 기자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전국에서 약 8000명의 참가자와 4000여 마리의 반려견이 참가했다. 트레킹 코스는 ‘마운틴 골프장’ 코스와 ‘비밀의 숲’ 코스로 운영됐다. 비교적 짧은 3㎞ 코스부터 숲과 저수지를 따라 걷는 5㎞, 8㎞ 코스까지 마련돼 초보 견주부터 활동량이 많은 반려견 가족까지 각자의 체력과 반려견의 컨디션에 맞춰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도 반려견 ‘새봄’과 함께 5㎞ 코스 완주에 도전했다. 소노벨 비발디파크 후문을 출발해 운동장과 수변무대, 한치골길 저수지를 지나 두먹골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간으로 ‘댕댕트레킹’ 대표 코스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위해 참가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새로 정비했다. 기존에 길이 없던 구간은 새롭게 개간해 산책로를 조성했고, 경사가 있거나 미끄러지기 쉬운 구간에는 야자매트를 깔아 반려견과 보호자 모두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 설치된 안내 표지와 안전요원들이 참가자들의 원활한 이동을 도왔다.

출발 전부터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완주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초반 구간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체력 소모가 컸다. 주변 냄새를 맡느라 분주하던 새봄도 이내 혀를 길게 내밀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약 2㎞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울창한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고,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한치골길 저수지를 둘러싼 초록 풍경이 펼쳐지자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소노벨 비발디파크 후문을 출발해 운동장과 수변무대, 한치골길 저수지를 지나 두먹골 반환점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비밀의숲’ 코스. 박윤희 기자
 
참가자들은 각자의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코스를 즐겼다. 중간중간 반려견에게 물을 먹이거나 품에 안고 걷는 보호자도 보였다. 코스길을 따라 심어놓은 꽃과 풀냄새를 맡느라 꼼짝하지 않는 반려견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대형견 ‘보더콜리’ 대여섯 마리와 참가한 20대 단체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20대 참가자 B씨는 “SNS에서 댕댕트레킹 관련 게시물을 볼 때마다 한 번쯤 참여해보고 싶었다”며 “같은 품종의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들과 함께 참가해 반려견들과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오른 뒤 홍천의 산세를 감상하며 잔디광장까지 내려오는 ‘마운틴 골프장’ 코스도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코스가 비교적 짧아 소형견이나 어린 반려견을 동반한 참가자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저마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은 반려견 목에 완주 메달을 걸어주고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특별한 하루를 기록했다. 숨이 찬 듯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반려견도 있었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보호자와 다시 잔디밭을 힘차게 뛰노는 반려견도 눈에 띄었다. 반려견을 바라보는 보호자들의 눈빛에 애정이 묻어났다. 

비발디파크 관계자는 “‘댕댕트레킹’은 보호자와 반려견이 같은 속도로 걷고, 함께 숨을 고르며 자연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데 의미가 있다”며 “기록이나 완주 자체보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 시간’에 의미를 두는 것이 이 행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반려견 고민 상담부터 장기자랑까지 

2026 ‘댕댕트레킹’ 메인 행사가 열린 잔디광장. 참가자들이 강형욱 훈련사의 맞춤 코칭을 듣고 있다. 박윤희 기자
오후가 되자 메인 이벤트가 열리는 잔디광장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오후 1시쯤 도착한 메인무대 바로 옆에서 강형욱 훈련사와의 포토타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 훈련사의 ‘고민상담소’와 ‘우리집 댕댕이 자랑대회’도 반려인들이 손꼽아 기다린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현장에선 “분리불안을 고치고 싶어요”, “산책을 나가면 풀을 뜯어 먹는데 괜찮을까요?”, “두 번 파양된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가족이 와도 꼬리를 흔들지 않아요.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요?”, “식분증을 해결하고 싶어요” 등 다양한 고민이 접수됐다. 강형욱 훈련사는 참가자들의 사연을 몇 가지 소개하며 행동 교정 방법과 보호자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을 즉석에서 제시했다.

‘우리집 댕댕이 자랑대회’에 참가한 보호자들과 반려견들. 박윤희 기자
강 훈련사는 “15년 전만 해도 ‘강아지 밥을 하루에 몇 번 줘야 하나요’, ‘산책은 꼭 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이 많았다”며 “지금은 반려견을 대하는 우리 인식이 훨씬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에서 차로 1시간30분…트레킹·숙박·놀이 한곳에서

올해 행사는 소노펫 비발디파크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반려인들의 호응도가 특히 높았다. 소노펫 비발디파크는 비발디파크 내 노블리안 단지를 리뉴얼해 2020년 7월 문을 연 반려동물 특화 리조트다. 숙박시설과 함께 플레이그라운드, 스쿨, 보딩, 뷰티 등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반려견 교육과 돌봄, 미용까지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어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올해 처음 댕댕트레킹에 참가한 20대 참가자는 “트레킹을 마친 뒤에도 늦은 시간까지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반려견과 함께 뛰어놀 수 있다”며 “이외에도 쿠킹클래스나 행동교정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행사 참가를 결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소노펫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댕댕트레킹 외에도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며 “행사와 여행을 동시에 즐기려는 반려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도 많은 참가자들이 찾았다”고 말했다.

◆ 숙박·플랫폼까지 ‘펫 전용’ 경쟁...유기동물 지원도 확산

호텔·여행 업계는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이른바 ‘펫캉스족(펫+바캉스)’이 늘면서 체험형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단순 동반 투숙이 아닌 반려동물을 중심에 둔 콘텐츠를 확대하는 추세다. 

교원그룹의 키녹은 반려동물 전용 객실과 야외 공간, 체험형 프로그램을 결합한 펫 특화 리조트로 운영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행 플랫폼 놀(NOL)은 반려동물 동반 숙소 예약 시 전용 필터와 맞춤형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추가 비용, 제공 용품 등 조건을 설정하면 이에 맞는 숙소를 한눈에 비교·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내에서는 펫 전용 객실이나 반려동물 편의 시설 정보를 강화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소노펫 비발디파크 복도에 마련된 유기견 입양 안내판. 박윤희 기자
유기동물 보호 및 입양 문화 확산을 위한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늘고 있다. 롯데는 유통·식품·호텔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유기동물 보호소 지원 활동을 전개하며 사료·간식·위생용품 등 반려동물 물품을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는 유기동물 보호소 사료 기부와 임시 보호 캠페인 등을 통해 동물복지 활동을 진행 중이다. 소노펫 비발디파크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 한국어질리티연합과 협력해 유기견 임시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6마리의 유기견을 임시 보호했으며 이 중 5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펫팸족과 펫캉스족이 늘어나면서 업계 전반에서도 반려동물 동반 행사와 연계한 다양한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자연스럽게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등 동물복지 활동으로도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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