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보건대, 28년째 ‘팔 걷어’ 생명 나눴다

장영훈 기자 2026. 5. 19.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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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혈 사랑 나눔 축제’ 전통 이어와
올해엔 학생-교직원 400명 참여
헌혈증서 1004매 기증식도 열어
“치료-회복에 직접 도움 돼 뿌듯”
18일 대구 북구 대구보건대에서 열린 ‘헌혈 사랑 나눔 축제’에서 학생들이 백혈병·소아암 환자 등을 돕기 위한 헌혈증서를 기증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보건대 제공
“생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18일 대구보건대 본관 1층 로비에서 열린 ‘제28회 헌혈 사랑 나눔 축제’ 현장에서 만난 보건행정학과 2학년 박가은 씨(19·여)는 헌혈한 팔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작은 봉사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의 치료와 회복에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며 “보건의료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대구보건대의 봄은 여느 대학과 다르다. 공연과 먹거리로 채워지는 일반 대학 축제와 달리 이 대학은 28년째 생명을 나누는 헌혈로 캠퍼스를 채우고 있다.

헌혈 축제는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1999년 시작됐다. 지금까지 누적 참여 인원은 약 2만2700명에 이른다. 올해는 학생과 교직원 400여 명이 참여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과 함께하는 ‘헌혈증서 1004매 기증식’도 열렸다. ‘천사(1004)’라는 숫자의 의미를 담아 대학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헌혈증서는 백혈병과 소아암 환자 등 수혈이 절실한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름 없는 작은 종이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는 희망이 되는 셈이다.

이날 본관 로비와 헌혈 버스 4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처음 헌혈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팔을 내밀었지만, 이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대학 측은 “의료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헌혈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생명 존중의 가치를 몸소 체험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물리치료학과 2학년 조윤근 씨(30) 역시 헌혈의 의미를 ‘회복’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그는 “운동 지도자로 일하면서 몸이 회복된다는 것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가까이에서 봤다”며 “헌혈도 누군가가 다시 건강을 되찾는 과정에 작지만 분명한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헌혈 축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오랜 기간 이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고, 수혈은 건강한 사람의 자발적인 헌혈에 의존해야 한다. 적혈구의 유효기간은 35일, 혈소판은 5일에 불과하다. 매일 수천 명의 환자가 수혈을 필요로 하지만 헌혈 참여율은 여전히 낮고,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헌혈 가능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정례적 헌혈 문화는 지역 의료 안전망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8년째 학생들과 함께 헌혈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재 방사선학과 교수는 “지식은 머리에 남지만 나눔의 기억은 가슴에 남는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작은 실천이 누군가의 삶을 이어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 교육은 비로소 삶을 변화시키는 가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보건대는 자원봉사 패스(PAS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시력검사, 구강관리, 심폐소생술 교육, 농어촌 봉사 등 다양한 현장 중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봉사활동과 헌혈 축제는 전문성과 인성을 함께 갖춘 보건의료인을 양성하겠다는 대구보건대의 교육 철학이자 원칙이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헌혈 축제는 우리 대학이 가장 소중하게 지켜온 생명 존중의 전통”이라며 “학생들이 전문 지식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실천력을 갖춘 창의적인 보건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명 나눔 실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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