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8800원' 주머니 속 세계문학전집…가격도 부피도 가벼워졌다
두꺼운 세계문학 고전을 문고판으로
판형·가격 덜어낸 열린책들 '모노 에디션'

바지 뒷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200쪽 분량의 문고판(105×165㎜). 판형은 줄이고 띠지와 커버를 덜어낸 8,800원짜리 책. 출판사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세단선) 미니미'와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이야기다.
소장용 벽돌책의 대명사, 세계문학전집이 변신했다. 현대문학은 2013년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시작으로 최근 제41권 '미시마 유키오'까지 이어온 세단선을 바탕으로 올해 처음 문고판 미니미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두꺼운 세계문학전집은 부담스럽지만 단편소설은 읽어보고 싶다'는 독자 층을 정조준한 것.

당초 세단선 제12권 '플래너리 오코너'는 31편의 단편이 수록된 756쪽 분량의 책이다. 지난달 출간된 플래너리 오코너의 '좋은 사람은 드물다'는 이 책의 미니미 버전. 31편 가운데 4편만 문고판형에 담았다. 번역을 새로 하진 않았지만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 쓴 역자 후기를 실었다. 앞서 출간된 '새' 역시 세단선 제10권 '대프티 듀 모리에'의 미니미 책이다.
세단선이 작가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워 한 작가의 단편을 가능한 한 폭넓게 모아 문학 세계 전모를 보여준다면, 미니미 시리즈는 작품 속 결정적 순간이 주는 문학적 감흥에 집중했다는 게 현대문학의 설명이다. 강연옥 현대문학 팀장은 "짧고 가벼운 책에 정수만 담아 작품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도록 했다"며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독서 경험을 선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41명 거장 중 듀 모리에와 오코너를 첫 주자로 내세운 건 최근 독서 경향을 반영한 결과다. 둘은 고딕 문학의 대가인 영미권 대표 여성 작가들이다. 불안과 기묘를 열쇳말로 작품들을 추렸다. 올 하반기에는 윌리엄 트레버와 윌리엄 포크너의 미니미 출간이 예정돼 있다.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은 문고판보다 약간 큰 판형(120×188㎜)에 담아낸 시리즈다. 2009년부터 계속돼온 '세계문학' 시리즈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인다. 하드커버 양장을 풀고, 디자인도 심플하게 군더더기를 덜어내 권당 가격을 8,800원으로 낮췄다.

접근성과 휴대성을 앞세우되 '갖고 싶은 책'으로서의 완성도에도 공을 들였다. '모노'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하얀 표지에는 제목과 작가 이름만 검은색 타이포그래피로 담아냈고, 뒷면에는 작품 분위기를 살린 일러스트를 더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만 판매하는 검은색 표지 특별판도 별도로 선보였다. 2024년 3월 시즌1 12권으로 첫선을 보인 이래 시즌2 5권, 시즌3 7권을 거쳐 올해 3월 시즌4 5권을 출간했다.
강대건 열린책들 편집팀장은 "휴대가 편하고 가격 부담도 덜 수 있도록 표지는 최대한 간소화했지만 소장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모던한 디자인의 표지 연구도 많이 했다"며 "특별판을 따로 구매할 수 없느냐는 독자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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