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놔주지" 한숨 짓는 평택… 당 대표 3명 총출동에도 표심은 오리무중 [6·3 민심의 온도]

신현주 2026. 5. 1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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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부터 조국혁신당·진보당·자유와혁신까지
김용남vs조국 신경전에 "평택이 만만하냐" 불만도
"보수 어려운데 힘 합쳐야…유의동은 평택 출신"
17일 경기 평택시 안중오거리 풍경. 신현주 기자

"김용남 보고 찍나, 이재명 대통령 보고 찍지. 시대가 바뀌었어."

경기 평택 안중오거리 앞 공터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던 이택근(63)씨는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년간 평택에 거주했다는 이씨는 "후보가 5명이면 뭐 하나. '안중역 개발' '신안산선 연장' 같은 공약은 뻔하다"며 "결국 누가 할 수 있냐의 문제인데, 이재명 정부는 진짜 뭐든 할 것 같다. 코스피를 보라"고 말했다.

6·3 재보궐선거 후보자 등록 이후 첫 주말이었던 17일 경기 평택을에서는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한 높은 지지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보자에 대한 선호도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도농복합단지(안중·포승·청북·오성·현덕)부터 주한미군기지(팽성),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고덕국제신도시), 서평택을 아우르는 표밭 민심은 가는 곳마다 제각각이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진보당·자유와혁신 후보 간 '5파전'이 치러지는, 수도권 최대 격전지답게 표심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17일 안중오거리 근처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김재연 진보당 대표 사무실 앞 모습. 신현주 기자

정당이냐, 인물이냐 고심하는 평택 표심... 진영 간 단일화 목소리도

구도심 안중오거리에는 민주당 김용남, 국민의힘 유의동, 혁신당 조국, 진보당 김재연, 자유와혁신 황교안 후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이 당명을 앞세웠다면, 다른 정당은 후보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정당이 먼저냐 인물이 먼저냐를 두고 유권자들 판단은 엇갈렸다. 포승읍에 거주하는 노시형(44)씨는 "서평택이 동평택에 비해 개발이 늦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조 대표를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씨는 "가족 논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돌아다닐 때마다 혁신당 당원들을 마주친다. 열심히 하려는 것이 느껴진다"며 "어쨌든 범여권 후보"라고 했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진영 간 단일화 문제를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었다. 당장 민주당과 혁신당 간 과도한 신경전이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안중읍 주민 박모씨(67)는 "당대표만 3명이 나온다는데, 평택이 언제 이렇게 선거판에서 주목받은 적 있나 싶다가도 '진보 정당 후보들에게 만만한 곳인가' 생각이 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박씨는 '평택개발 화끈하게, 내란척결 시원하게'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가리키며 "평택이 내란이랑 무슨 관련인지 모르겠다. 그냥 여당 후보를 뽑을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만난 김순일(75)씨는 "이러다 민주당에 다 뺏긴다"며 분노했다. 유 후보와 황 후보가 하루빨리 단일화해야 한다면서다. 김씨는 "민주당과 혁신당이 저렇게 싸우는데 단일화가 될 리 없다"며 "이번 선거는 단일화를 하면 이긴다. 보수가 어려운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굳이 한 명을 고르자면 유 후보가 평택 출신이라 정이 간다"고 덧붙였다.


"네거티브할 시간에 민생 현안 고민해줬으면"

'내란 청산'이나 '정권 독주 견제' 구호보다는, 자신의 삶과 직결된 민생 현안 문제 해결에 대한 더 큰 관심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안중오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상훈(51)씨는 '도착예정 정보 없음'으로 도배된 버스 도착시간 전광판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안중역 개발은 서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나 중요하다"며 "평택시민은 '버스나 놔주지' 한다. 평택역, 서정리역, 평택지제역이 1호선이라 수요가 높은데 안중오거리에서 평택역까지 가려면 버스로 40분이 넘게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네거티브할 시간에 이 부분을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있는 고덕동의 표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주민 수 6만 6,000여 명으로 평택 읍면동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이곳은 평균 주민 연령이 32.9세로 비교적 진보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24조 원의 진실, 평택지원특별법 개정'이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에서 "잘 부탁드린다"며 연신 인사하는 김재연 후보를 멀리서 바라보던 안모(41)씨는 "삼성전자에 다니다 보니, 요즘은 성과급 관련 뉴스만 보게 된다"며 입을 뗐다. 안씨는 "(성과급 문제를) 진보당과 혁신당 정도만 언급한다"면서도 "소수당이라 투표해도 되나 싶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혜정(37)씨는 "신도시에서 네 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교육과 의료에 관심이 많다"며 "올해 초 아이가 독감에 심하게 걸렸는데 주변에 큰 병원이 없더라. 최근 '24시간 어린이전문병원 건립'이라 적힌 민주당 플래카드를 봐서 민주당 후보를 찍으려 한다"고 했다.

17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한 사거리.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거리인사를 하고 있다. 신현주 기자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 보선에 무심한 중도·무당층도 두꺼워

중도·무당층 비율이 과거 어느 선거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주듯 보선에 무심한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고덕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김윤수(30)씨는 "후보가 5명이나 되는지도 몰랐다. 개혁신당을 지지하는데 이번에 후보를 내지 않아 딱히 투표장에 나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예은(28)씨는 "조 대표 가족 논란에 대한 반감이 있어서 굳이 뽑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조 대표 말고 정확히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 확인 못 했다"고 했다.

한편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기 평택을 보선은 '3파전'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 지역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12, 13일 실시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 후보 지지율은 김용남(민주당) 29%, 조국(혁신당) 24%, 유의동(국민의힘) 20%, 황교안(자유와혁신) 8%, 김재연(진보당) 4%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평택 =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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