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시대’처럼 싸우고 ‘더 글로리’ 패러디도… 진부한 설정 비틀어 ‘K로코 신세계’ 만들어

최보윤 기자 2026. 5. 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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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주연 드라마 ‘멋진 신세계’
시청률 6%… 넷플릭스 24國서 1위
현대의 무명 배우 신서리(배우 임지연)의 몸에 들어온 조선 시대 희대의 요녀 강단심이 배우 오디션에 나서는 장면. /SBS

‘타임 슬립(시대를 오가는 것), 빙의, 악바리 여주(여자 주인공), 까칠한 재벌 남주….’ 로맨틱 코미디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다 모았다. 자칫 뻔한 구조에 B급 코미디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이 드라마, 전 세계에서 돌풍이다. K드라마 ‘덕후’들이라면, 더욱 박장대소다.

배우 임지연·허남준 주연의 SBS 금토 드라마 ‘멋진 신세계’가 K-로코(로맨틱 코미디)의 ‘신세계’를 쓰고 있다. 지난 8일 첫 방송되자마자 넷플릭스의 비영어권쇼 부문 1위에 올랐다. SBS 금토 드라마로는 역대 최초다. 18일 현재 24개국 1위, 84개국 톱 10에 올라있다. 국내에서 4.1%(닐슨 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4회 6%(최고 7.8%)를 기록하며 상승세다.

드라마는 희대의 조선 악녀 ‘강희빈(강단심)’의 영혼이 씌어 ‘악독’해진 무명배우 신서리(배우 임지연)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안하무인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가 만나 벌이는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다.

드라마는 기존 K로코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지만, 익숙함을 비틀어 새로움을 개척한다. 강단심은 조선 시대에서 왔지만, 무엇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번 생 악착같이 살아낼 것”이라 외치고, 창문도 없는 고시원 신세지만 ‘국민 배우’가 되기 위해 “내 한번 운명을 개척해보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백마 탄 왕자’ 같은 건 기다리지 않는다. ‘권세가’로 보이는 차세계를 향해 오히려 이렇게 되뇐다. “그 흔한 뒷배 하나 없이 내명부를 거머쥔 나다, 오늘부터 네 놈을 내 창과 방패로 써먹어야겠다!”

K드라마 패러디는 양념이 아닌 명장면으로 승화했다. 재개발 용역 깡패들이 신서리의 할머니 집에서 행패를 부리자 강단심은 유튜브 방송으로 익힌 드라마 ‘야인시대(2002)’의 김두한으로 분해 상대를 맨손으로 평정한다. ‘여인천하’(2001)를 시청하다가 박수와 함께 “멋지다”를 연호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2022)의 “멋지다 박연진” 대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판타지에 속하지만 현실에 있을 법하게 느껴지는 개연성은 촘촘한 각본과 연출력, 무엇보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에서 비롯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박연진으로 악역의 신세계를 보여준 임지연은 드라마 ‘옥씨부인전’(2024)을 통해 인정받은 사극 연기에 이번 드라마에선 코믹까지 담아 연기 폭을 넓혔다. 드라마 ‘혼례 대첩’(2023)에서 대쪽 같지만 따스한 심성의 한성부 종사관 역할로 눈도장을 찍은 허남준은 이후 ‘유어 아너’(2024)에서 냉혈한 악역, ‘백번의 추억’(2025)에서 ‘첫 사랑 아이콘’을 넘나들었다. 전작들에서 선보였던 다채로운 눈빛과 안정적인 발성을 이번 드라마에서도 십분 녹여내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마셔블은 “비록 클리셰가 곳곳에 있지만, 탄탄한 연기와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올해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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