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여울목에서 / 류미야

최미화 기자 2026. 5.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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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시조 시인)

세계의 변경 위에 지금 서 있습니다/ 뒤집히는 물살 속 힘주어 버텨보지만/ 예고된 비의 나날들/ 쓸려갈지 몰라요// 가까운 물낯 위로 내려앉는 꽃잎, 꽃잎들 …/ 부유물과 혼곤히 부풀다 꺼지는데/ 풍경은 오늘의 얼굴로 침묵할 뿐입니다​// 고요와 격정 사이 유년을 건너가던/ 그 순한 발목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오가던 은빛 사연만 전설로 남았습니다​// 진경 같은 산수를 인공지능이 덧칠하고/ 가공할 신기술이 신화를 쓰는 동안/ 그렁한 물기를 담은 눈빛들은 꺼지고​// 기억 없는 때부터 붙박여 있는 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작은 징검돌이지만​// 오래전/ 여기 머문 마음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상상인』(2025, 여름호)

「여울목에서」를 여러 차례 읽다 보니 토포필리아와 바이오필리아가 생각난다. 장소에 대한 사랑 즉 장소애와 사람에 대한 사랑 즉 생명애다. 여울목은 여울물이 턱진 곳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향수가 느껴진다. 그리움이 발동하는 곳이어서다. 어린 시절 여울목에 발목을 적셔본 적이 있는 이라면 울컥하는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을 터다.

「여울목에서」의 화법은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주는 방식이다. 시종 낮은 톤이다. 첫 줄은 세계의 변경 위에 지금 서 있습니다, 로 시작된다. 변경은 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 땅이다. 다른 말로 변강, 변계, 변방, 변새, 변지다. 굳이 변두리 땅에 서 있다는 것은 중심에서 벗어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화자는 뒤집히는 물살 속 힘주어 버텨보지만 예고된 비의 나날들로 말미암아 쓸려갈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물낯 위로 내려앉는 꽃잎들을 본다. 그것들은 부유물과 혼곤히 부풀다 꺼지는데 풍경은 오늘의 얼굴로 침묵할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어서 기억을 소환한다. 즉 고요와 격정 사이 유년을 건너가던 그 순한 발목들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다. 정말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오가던 은빛 사연만 전설로 남아 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화자는 진경 같은 산수를 인공지능이 덧칠하고 가공할 신기술이 신화를 쓰는 동안, 이라고 하고 싶은 말을 꺼낸다. 그렁한 물기를 담은 눈빛들이 꺼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에 붙잡힌다. 그러면서 기억 없는 때부터 붙박여 있는 나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작은 징검돌이라고 말하면서 오래전 여기 머문 마음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이렇듯 「여울목에서」는 장소와 생명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첨단 문명 속에서도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여울목 대한 기억을 잘 간직할 일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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