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이 주장 안 하면 미·중이 ‘北비핵화’ 움직이겠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이 17일 미·중 정상회담 팩트시트(설명 자료)를 통해 밝혔다.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했을 뿐 북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수준의 발표만 했다.
최근 들어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고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국은 오히려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며 비핵화와 멀어져 갔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도 무역 분쟁과 대만, 이란 문제였다. 북한 비핵화가 후순위로 밀렸지만 비핵화 원칙만이라도 재확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미국이 강력한 의지와 원칙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며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이벤트에만 집착하며 북한을 ‘핵 세력’으로 부르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이 발표한 국방전략(NDS)에도 북한 비핵화 목표가 삭제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는 것도 모자라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김정은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바로잡으려면 북핵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더 일관되게 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신년 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나”라며 북핵 폐기를 포기한 듯한 언급을 했다. 이 대통령은 ‘북핵 중단’에 이은 ‘군축’ 협상을 제안했다. 이는 북핵 인정으로 갈 수 있다.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나 통일 관련 논의는 없었고, 시진핑은 북핵 문제 자체를 거론하지 않았다. 북핵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북한 비핵화에 적극 나서지 않는데,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에 팔을 걷어붙일 리가 없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핵을 후순위로 두는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 3월 개정한 헌법에서 김정은의 ‘핵무력 지휘권’을 명시했다. 북한에서 헌법이란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정은은 이제 대놓고 핵을 내세우고 있다. 북핵도 통일 문제도 한국이 정권에 상관없이 원칙을 유지해야 주변국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김정은이 듣기 싫어한다고 비핵화를 말하지 않으면 북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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