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위에 서는 게 가장 행복했던 ‘꽃사슴’이 코트를 떠난다...현역 연장과 은퇴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황연주가 은퇴를 선택한 이유는?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해당 선수의 역할은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의 뒤를 받치는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언제 투입될지 모른다. 경기에 한 번도 투입되지 않을 때도 있다. 투입되더라도 원포인트 블로커나 원포인트 서버 역할 혹은 세트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외인 주전 선수의 체력을 아끼기 위함이었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그 선수는 그렇게도 열심히 몸을 풀었다. 언제든 코트에 섰을 때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발휘하기 위해서.

1m77의 단신 아포짓 스파이커지만, 빠른 스텝과 폭발적인 점프력을 앞세워 전성기 땐 팀 시스템을 바꿔놓았고, 우승 반지도 6개나 보유하고 있다. V리그 남녀부 통틀어 5000득점도 가장 먼저 돌파하며 ‘기록의 여왕’이란 별명도 있었다. 통산 득점 5868점으로 전체 3위에 461개의 서브득점은 여전히 여자부 전체 1위다.

사실 황연주가 은퇴를 고민한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2010~2011시즌부터 2024~2024시즌까지 15시즌을 뛰었던 현대건설에서 은퇴 제의를 받았을 때도 은퇴 생각을 했지만, 그만두더라도 자신의 결정으로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도로공사로 이적했던 황연주였다.
도로공사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던 지난 3월13일 인천 흥국생명전을 마치고 만났을 때도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챔프전을 마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던 그였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판단은 프런트와는 다소 달랐다. 김종민 전 감독의 ‘경질 아닌 경질’ 이후 도로공사 현장의 리더십은 아직 제대로 정해진 게 없다. 직무대행 체제로 이어지고 있는 도로공사 사장으로 새 인물이 오면 지금의 배구단 체제가 바뀔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코트 위 현장에선 황연주에 대한 차기 시즌의 롤을 제대로 부여해주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후회가 남지 않느냐, 목소리에는 후회가 덕지덕지 붙은 것 같다’라는 질문에 황연주는 “운동을 더는 못한다는 것에 후회는 없지만, 그냥 마무리가 조금 아쉽다는 거, 그거 빼고는 후회가 없어요. 내가 코트 위에서 평생 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은퇴의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건 모두가 알았으니까요”라면서 “제가 1년 더 한다한들 내년에도 이 고민을 또 했어야했겠다, 이런 생각도 드네요”라고 답했다.

향후 계획도 아직은 물음표다. 지도자나 해설위원 등 배구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다. 5~6년 전부터 스포츠 전문 채널로부터 해설 제의가 은근히 들어왔던 바 있다. ‘워낙 말을 잘 하니 해설위원 제의도 올 것 같다’라고 묻자 “기회나 제의가 온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할 수도 있죠”라고 답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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