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청년 일자리 사다리 복원법 [아침을 열며]
사회 재생산 인력 마모돼
기술 주도권 인간이 잡아야

최근 25세 취업준비생의 고충을 접했다. 코로나19 때 대학을 다닌 세대. 그들에게 캠퍼스란 마스크 너머 흐릿하게 스치던 풍경이었고, 동아리도 화면 밖 일이었다. 그렇게 견뎌낸 청년들이, 줄어드는 채용 공고 앞에서 다시 멈춰섰다. "인공지능(AI)이 신입을 대체한다"는 말은 현실이었다.
이 세대에게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가 '경험의 시간'을 앗아갔다면, AI는 '진입의 자리'마저 흔든다. 일각에서 '코로나 학번에겐 제2의 IMF'라는 탄식마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1997년의 위기와 오늘의 충격은 결이 다르다. 그땐 일자리가 사라졌다기보다 '얼어붙었고', 시간이 흐르면 녹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 지금은 일의 구조 자체가 갈아엎어지고 있다.
올해 1월 다보스에서 두 사람의 발언이 겹쳤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화이트칼라 신입 일자리의 상당수가 수년 내 사라질 거라고 경고했다. 구글의 데미스 하사비스도 신입과 인턴십의 위험신호를 인정했다. 충격의 첫 파장이 '경력 사다리의 첫 칸'에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스탠퍼드대 디지털 경제연구소(소장 에릭 브린욜프슨)가 작년에 내놓은 '탄광 속 카나리아' 보고서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생성형 AI 보급 이후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청년 고용이 약 13% 감소했고, 그 감소는 AI가 '증강'이 아니라 '자동화'에 쓰인 곳에 집중됐다.
이 진단은 한국 사회에도 포개진다. 올 2월 기준 청년고용률은 43.3%로 22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쉬었음' 청년은 수십만 명에 이른다. 그 통계 아래엔 '구직 단념'이라는 더 무거운 침묵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것이 코로나 학번만의 불운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입을 안 뽑는 조직은 5년 뒤 경력자도 길러내지 못한다. 비용 절감에만 AI를 동원한다면, 현장의 암묵지가 전수되는 통로가 끊긴다. 조직의 핵심 역량도 서서히 마모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곧 사회 전체의 '재생산' 문제다.
해법의 단서도 같은 자리에 있다. '자동화와 증강의 갈림길'이다. 브린욜프슨 교수의 말처럼, 널리 공유되는 번영을 원한다면 AI는 자동화가 아니라 증강의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싱가포르는 '스킬스퓨처(SkillsFuture)'로 만 25세가 되면 평생학습 크레딧을 지급해 AI 등 미래역량을 키우도록 지원한다. 영국은 '도제부담금(Apprenticeship Levy)'으로 청년 훈련 재원을 기업이 만들게 했다.
우리 과제도 분명하다. AI 도입 가이드라인에 '신입 직무의 증강'을 평가 지표로 넣자.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AI 투자에 '청년 증강 분담금'을 매겨 신입 채용 인센티브로 순환시키자. 단순 업무가 AI로 흡수된 자리에는, 사람이 AI를 부리며 판단과 책임을 학습하는 '증강형 인턴십'이 필요하다. 한국형 'AI 평생학습 크레디트'로 'AI 도구 숙련도'를 학력과 경력의 벽 너머로 끌어올릴 때다.
30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의 '일자리 충격파'가 젊은 세대를 덮쳐오고 있다. 코로나로 캠퍼스를 잃었던 청년들에게 ‘AI 취업 한파’라는 두 번째 고충을 떠넘길 수 없다. AI는 인간의 일을 빼앗기보다, 다시 정의하는 기술이다. 그 정의의 주도권을 청년이 사다리 위에서 잡을 수 있게 사회가 받쳐야 한다. 사다리의 첫 칸은, 한 세대의 미래가 시작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김경달 고려대 미디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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