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9% 선량한 이웃의 권리 뺏는 1%의 병적인 악성 민원

A 학교는 올해 1박 2일 수학여행을 당일치기 현장학습으로 대체했다. 가정 형편상 수학여행이 유일한 여행 경험이 될 학생들까지 기회를 박탈당했다. 점심시간에는 학년별로 요일을 정해 운동장을 이용하는 규칙도 생겼다. 모두 민원을 우려한 조치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해 경찰이 빈번하게 출동하자 학교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전학생이 늘면서 전교생은 반토막이 나 20여 명이다. 학교는 교육적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고, 존폐를 걱정할 처지다.
비단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대민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도 악성 민원에 고통받는다. 5년간 17개 시도에 접수된 민원이 무려 5990만 건이다. “내 발 앞에 버스 세워라” “주식으로 돈을 잃었으니 집을 구해 달라” 등 분풀이식 괴롭힘이 상당수였다. 일선 공무원이 과도한 민원에 탈진하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고 그 피해는 침묵하는 99%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1% 악성 민원인이 표심을 호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교육감, 지자체장이 민원인을 달래거나 책임을 회피하면서 현장에서 이들을 응대하는 교사나 공무원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김 씨의 민원을 무마하고자 A 학교 교감과의 핫라인을 만들어줬다. 20년째 민원을 쏟아내는 1명을 위한 전담 직원을 둔 구청도 있다. 사실상 폭력에 가까운 민원을 온정적으로 처리해 악성 민원을 부추겨 온 셈이다.
극단적인 개인의 이익 추구를 방관하면 공동체의 규범이 무너지고 공공선이 훼손된다. 상식을 벗어난 민원에는 단호히 선을 긋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개인의 권리도 공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행사돼야 한다는 각자의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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