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100조나 팔았는데 지분율 상승…"진짜 무서운 건" 경고 [분석+]

한경우 2026. 5. 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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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0조 팔았지만…외국인 보유 시총은 300조 증가
"외국인의 韓주식 매도, 주가 상승 따른 기계적 리밸런싱"
"금리 상승 경계해야…AI 인프라 투자 둔화시킬 수도"


외국인 투자자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00조원어치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지분율은 작년 말 대비 오히려 상승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팔지 않고 남겨둔 주식의 가치가 더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매도는 주가 급등에 따른 기계적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주식시장을 안 좋게 보는 게 아니란 해석이다.

외국인 매도세보다는 최근 치솟은 금리가 주가 상승 추세를 꺾을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로 꼽혔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장 마감 이후 기준으로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39.2%다. 작년 말(36.26%) 대비 2.94%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8조2168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100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았는데도 지분율이 확대된 배경은 ‘주가 상승’이다. 팔아치운 주식보다 남겨둔 주식의 가치가 더 크게 상승한 것이다.

실제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49조6927억원어치 순매도해 지분율이 52.33%에서 48.69%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 종목의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작년 말 371조3921억원에서 이달 15일 769조9471억원으로 107.31% 늘었다. 주가가 11만9900원에서 27만500원으로 125.6% 상승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외국인은 35조446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지분율이 58.83%에서 52.14%로 축소됐지만,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255조1124억원에서 675조9930억원으로 164.98% 증가했다. 주가는 65만1000원에서 181만9000원으로 179.42%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작년 말 3477조3905억원에서 지난 15일 6134조9793억원으로, 2657조5888억원 증가했다. 코스피 시총 증가율(76.42%)보다 외국인 시총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해 지분율이 높아진 것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에 대해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이는 것은 자산배분 관점에서의 기계적인 리밸런싱”이라며 “국민연금도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14.9%로, 2월 말 기준으로도 약 10%포인트 초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스피 편입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글로벌 큰손들의 포트폴리오 내에서 한국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커졌기 때문에, 한국 주식 중 일부를 덜어내는 차익실현을 통해 비중을 줄여야 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의 한국 주식 매도를 두고,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에 상장된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MSCI 코리아 ETF'(티커 EWY)로 올해 4월까지도 자금이 유입됐다는 이유에서다.

5월부터는 EWY에서 자금 유출이 나타나고 있지만,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절반 이상인 ‘라운드힐 메모리 ETF’(DRAM)로 자금 유입이 가파르다고 김 연구원은 전했다. 외국인들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의 지속을 점치는 게 미국 ETF 수급을 통해 드러났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에서 비롯됐다.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생존이 어려워진다는 인식 속에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기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빚투’가 늘어나고 있는데 따라 금리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할 수 있는 데다, 금리 상승 자체로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 국채 금리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인식되던 10년물 금리 4.5%선과 30년물 금리 5%선이 지난 주말 뚫리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금리도 치솟았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와 증시 버블 국면‘에선 더욱 그렇다”며 “지난 120년 동안 3번의 증시 버블 붕괴는 모두 금리 상승이 촉발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금리 상승으로 증시가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은택 연구원은 “현재 금리 상승의 주요 원인은 ‘유가 불안’”이라며 “유가가 임계점인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고 이에 따라 증시가 발작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증시에 부담이 될 만한 금리 수준으로 미 국채 30년물은 5.179% 이상, 미 국채 10년물은 4.8% 이상을 제시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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