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명까지 앗아간 ‘상품권 사채’…“네이버 카페에만 300여 곳”

황현규,김혜진 2026. 5. 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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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돈을 빌리면, 돈으로 갚는 게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돈을 빌려주고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갚게 한다면,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예를 들어, 30만 원을 빌리고 일주일 뒤에 50만 원어치 상품권으로 갚는 식인데요.

연 이자율로 따지면 3천%가 훨씬 넘습니다.

겉으로는 '상품권 거래'로 보이기 때문에 불법 사채 단속을 피할 구멍이 생기고, 그 틈에 욕설과 협박 같은 악덕 추심도 더 심해집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악덕 사채라고 강하게 경고했던 이른바 상품권 사채 실태를 먼저 황현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30대 여성이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KBS가 확보한 여성이 사망 전날 지인과 나눈 메신저 대화.

"상품권 추심 때문에 죽을 것 같다" 토로합니다.

이른바 '상품권 사채'를 이용했던 겁니다.

50만 원 빌리면, 일주일 뒤 75만 원 상당 상품권으로 갚아야 하는 구조.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600%를 웃돕니다.

소액으로 시작한 빚은 한 달 만에 1,500만 원까지 불었습니다.

업체는 상환이 1초만 늦어도 되려 '상품권 먹튀'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상품권 추심' 피해자 지인/음성변조 : "대놓고 욕하는 거죠. 무조건 민형사상 고소가 다 들어가는…. 답장할 때까지, 전화받을 때까지 전화하고."]

이 업체의 실제 추심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KBS는 숨진 여성을 추심했던 업체가 다른 이용자와 나눈 통화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상품권 업체/음성변조 : "야! 왜 안 보내. 버러지 같은 xx야. 지금 보내라고! 왜 안 보내고 있는데."]

겉으로는 상품권 매매 형식으로 포장하다 보니 불법 추심을 당해도 사채 피해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업체가 요구하는 건 결국 상품권이 아닌 돈이었습니다.

[○○상품권 업체/음성변조 : "월급 들어온다며, 왜 안 보내고 있는데. 지금 보내라고!"]

["10분만 주세요. 진짜."]

["왜 10분인데. 계약이 장난이야?"]

[김영재/변호사/백천 법률사무소 : "실질적으로 사채업자와 다를 게 없을 뿐 아니라 개인 사채를 하던 친구(업체)들이 이 상품권 예판(예약판매)이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상품권 거래 형태로 넘어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경찰은 법정 최고 금리를 넘는 불법 사채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며, 상품권 사채 피해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하정현/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성일

[앵커]

이런 상품권 사채는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불법이라면서도 대놓고 영업하는 업체가 저희가 확인한 것만 3백 개가 넘습니다.

김혜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급전이 필요했던 A씨.

불법 사금융 업체를 전전하다 지난해 10월 한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됐습니다.

50만 원을 빌려주고 상품권으로 되돌려받는다고 했습니다.

[피해자 A 씨/음성변조 : "'예약 판매합니다. (일주일 안에) 50만 원에 80만 원권으로 신세계 상품권을 발송합니다'라고 올렸어요."]

생활비가 떨어질 때마다 소액 대출이 수차례 계속됐고, 갚아야 할 상품권 2,700만 원은 넉 달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나자 지옥 같은 추심이 시작됐습니다.

[상품권 사채업자/음성변조 : "어디서○○○ 사채를 ○○ 끌어다 쓰고, ○○, 니 하고 싶은 대로 해봐."]

A 씨가 글을 올렸던 상품권 카페에 들어가 봤습니다.

'급전' '소액대출' 같은 단어로 홍보합니다.

50만 원어치 현금을 75만 원짜리 상품권으로 갚겠다는 글이 하루에도 30개씩 쏟아집니다.

직접 게시글을 올려보자, 1시간 만에 거래가 시작됐습니다.

"불법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불법"이라면서도 이름과 주소, 직장 정보, 지인 연락처까지 요구합니다.

일반 사채와 다를 바 없는 구조입니다.

KBS가 확인한 이 같은 네이버 상품권 카페만 5곳.

회원 수는 많게는 5천 명에, 영업하는 업체는 300곳이 넘습니다.

이들 업체는 상품권 매매업에 등록한 뒤 정상 업체처럼 활동했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 상대로 댓글과 쪽지 등으로 연락을 건넸습니다.

[피해자 A 씨/음성변조 : "굉장히 무섭고요.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굉장히 심해요. 모든 일이 안 되고…."]

네이버 측은 "현행법 위반이 확인되는 게시글에 대해 조치하고, 판결 등을 고려하여 보다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 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혜진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 하정현/영상편집:최정연/그래픽:김지혜 유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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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규 기자 (help@kbs.co.kr)

김혜진 기자 (sunse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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