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도 질타한 스타벅스 ‘탱크데이’…파문 확산

정희윤 기자 2026. 5. 1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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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비인간적 막장행태" 분노
시민사회·정치권서도 비판
스타벅스 대표 명의로 공식사과
파문 커지자 대표 전격 경질
5·18 46주년 탱크데이 행사 연 스타벅스 코리아./연합뉴스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산화한 오월 영령을 기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진행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내놓은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공식 성명을 발표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날 '탱크 시리즈' 텀블러 판매 행사를 진행하며 공식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탱크데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홍보 화면에는 '5/18' 날짜 표기와 함께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도 포함됐다.

문제는 해당 표현들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발표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언을 동시에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건드린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번 사안은 스타벅스 코리아 최대주주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과거 정치·이념 관련 발언들과 맞물리며 논란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정 회장은 지난 2022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함을 뜻하는 '멸공' 단어를 게시물에 올려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에도 소비자 불매 움직임과 함께 '오너 리스크' 우려가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은 대통령의 날선 발언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급격히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역사적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 희생자들과 광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데이' 이벤트라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날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이 대체 몇이고 그로 인해 정의와 역사의 훼손이 얼마나 엄혹한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냐"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행태에 분노한다"며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행정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5·18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사과는 했습니까"라고 덧붙이며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식 사과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치권 비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스타벅스는 5·18 영령과 광주 시민을 조롱한 부도덕한 마케팅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공보단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피로 지켜낸 성스러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일, 스타벅스가 자행한 인면수심 마케팅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광주 시민과 국민의 눈에 이것이 어떻게 비쳤을지 스타벅스는 정녕 몰랐단 말이냐"고 반문했다.

대통령과 여당이 동시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번 사안은 단순 기업 마케팅 실수를 넘어 역사 인식과 사회적 책임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5월 18일이라는 날짜의 상징성을 기업이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 정서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광주 지역 시민사회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피맺힌 역사를 상업적 마케팅의 조롱거리로 전락시켰다"며 스타벅스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1980년 광주의 탱크와 1987년의 '탁'이라는 민주화 역사의 비극을 하나의 프로모션에 섞어 넣은 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악의적 조롱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기업 내부 검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스타벅스 측은 해당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고 손정현 대표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손정현 대표는 사과문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담긴 마케팅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으신 5·18 영령과 오월 단체, 광주 시민분들, 그리고 박종철 열사 유가족분들을 비롯해 대한민국 민주화에 앞장섰던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프로세스를 전면 점검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매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수차례 검토를 거치는 대기업 마케팅이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브랜드 이미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두터운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지역 민심 악화가 장기적인 브랜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브랜드 마케팅은 단순 제품 홍보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와 역사 인식까지 함께 평가받는 시대"라며 "기념일과 지역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이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사과문 발표에도 파문이 확산되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손정현 대표를 전격 경질했다./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