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간을 위한 미래, AI·문화기술의 교육서 시작된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느릿하게 굽이치는 푸른 도나우강을 끼고 있는 도시 린츠에 닿게 된다. 이 도시는 겉보기에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유럽의 소도시에 불과해 보인다. 그러나 린츠에는 과학기술과 창의성이 융합돼 최첨단의 미래 문화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뻗어나가고 있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연구소와 산하 퓨처랩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과 소통하는 ‘생각하는 인공지능(AI)’과 초고해상도 미디어 공간 ‘딥스페이스’ 같은 이곳의 과학 예술작품들은 미래가 궁금한 세계인들을 린츠로 오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한국은 어떠한가. “오늘날을 대표하는 과학기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가 AI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각에서는 ‘AI가 다 해주는 편리한 사회’와 ‘AI에 인간이 지배당하는 사회’ 두 극단의 그림을 그리면서 미래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소외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인간을 위할 때만 존재의 의미가 있는 법이고, 그 해답은 무엇보다 ‘문화’에 있다. 지난 3월 열렸던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공연에 세계 각국의 팬들이 방한해 함께 노래 부르며 춤췄고, 생중계로 공연을 지켜본 사람만도 1840만명에 달했다. 지구인 모두 문화가 가져다주는 삶의 즐거움을 원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위한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이제 고등교육에서도 인간, AI 과학기술, 문화를 이해하는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경쟁적으로 과학기술·문화 전공 학부를 만들어 미래 인간 가치 창출을 위한 교육에 힘쓰고 있다. 미국 뉴욕대에선 이미지, 소리, 서사, 상호작용 교육에 중점을 둔 학부를, 독일 쾰른응용과학대는 기술·예술·과학을 모토로 한 학부를 통해 과학기술의 문화적 응용이 가능한 창의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이에 질세라 베이징공대에서는 디지털미디어기술 학부를 설립했고, 홍콩과기대에서도 예술·기계창의 학과 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하려면 우리도 우수한 과학기술·문화융합 인재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어떤 투자를 해왔는가. 카이스트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지난 20년간 세계 최고의 문화기술(CT) 연구·교육 역량을 갖추고 한국 문화산업의 첨단화에 기여해왔다. 또한 2025년 미래 AI 인재 육성을 위한 ‘AI 단과대학’을 설립해 운용해오고 있다.
여기에 하루바삐 AI·문화기술 학부를 더해 더 안정된 환경에서 AI 시대 문화기술의 페다고지(교육학)를 확립하고 첨단 문화기술을 창출할 고급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와 융합된 K컬처의 지평을 확장시켜 문화사업 혁신을 선도하게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다음 세대 문화강국을 이끌어갈 인재의 육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주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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