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확산되는 'AI 인식 감시' 카메라... "빅브라더 공포 불러내"
"동의 없는 AI 감시, 공동체 파괴" 지적

인공지능(AI) 기반의 첨단 감시 기술이 공공 치안이라는 명목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AI 감시 카메라 도입 문제로 주민과 당국이 정면 충돌했다. 미국 전역에서 번지는 'AI 감시 카메라 갈등'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인구 5만2,000명의 소도시 트로이에서 주민들의 동의 없이 AI를 활용한 차량 번호판 인식 카메라가 도심 곳곳에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카메라는 감시 기술 스타트업 '플록 세이프티'가 개발한 AI 번호판 인식기다. 플록 세이프티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AI 감시 카메라 공급 업체다. 플록 카메라는 단순히 번호판만 읽는 게 아니다. 차량의 제조사와 모델은 물론 외관 찌그러짐과 차량 운전자의 이념 성향이 드러나는 범퍼 스티커, 차량 내부의 총기 거치대 유무 등까지 상세히 파악해 일종의 '디지털 지문'을 생성한다.
미 경찰은 이 디지털 지문과 전국 데이터베이스를 동원하면 차량 동선을 실시간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장치가 살인, 납치, 차량 절도 등 강력 범죄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저비용·고효율의 도구인 만큼 일선 경찰 수사에 적극 활용되는 중이다. 스니븐 바커 트로이 경찰서장은 "거의 모든 수사에 플록 카메라가 활용된다"며 살인 2건을 포함한 강력 범죄 해결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무차별적 감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법당국이 범죄 혐의가 없는 무고한 시민의 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수집,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반 시민들의 동선이 수개월 동안 민간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고, 공권력이 아무런 영장 없이 이를 손쉽게 조회하는 것도 문제다. AI 감시 전문가 앤드루 거스리 퍼거슨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는 "이 감시망은 경찰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권력을 부여한다"며 "알코올 중독자 모임 참석 같은 사적인 동선까지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오남용 사례도 주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 이민세관집행국(ICE)이 현지 경찰을 우회해 플록 카메라 데이터에 접근해 불법 이민자 단속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캔자스주에서는 한 경찰서장이 옛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는 데 플록 카메라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져 사퇴하기도 했다. 플록 카메라에 반대하는 프로젝트인 '드플록(DeFlock)'에 따르면 현재 미 전역에 9만 대 이상의 AI 감시 카메라가 가동 중이다. 수 스틸 트로이 시의회 의장은 "(플록 카메라 설치 계약이) 비밀스럽게 진행됐으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가 보고 있다'는 공포심을 자극했다"고 비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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