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예일처럼…‘두뇌 스포츠’ 브리지, 고려대 상륙

조효성 기자(hscho@mk.co.kr) 2026. 5.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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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내 대학 중 처음 선보여
한국 브리지 국가대표들도 참여
원리와 운영방식 등 알려줄 예정
52장 카드로 하는 두뇌 스포츠
체스엔 없는 ‘소통과 파트너십’
워런 버핏·빌 게이츠도 마니아
미국 대학선 엘리트 문화의 상징
자신의 전략적 사고 증명하기도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MIT 등은
북미 대학 브리지 챔피언십서 대결
2024년 열린 세계 대학 마인드스포츠 선수권대회 브리지 경기 모습. 지난 2002년 시작된 이 대회는 2년 주기로 열리고 있다. 올해는 중국 요성에서 열린다. 대회 홈페이지
세계를 움직이는 글로벌 엘리트들은 특별한 무대에서 자신만의 ‘지적 희소성’을 증명하고 있다. 바로 52장의 카드로 인류가 만든 가장 정교한 확률 싸움을 벌이는 마인드 스포츠, ‘브리지(Bridge)‘를 통해서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상위 1% 천재들’이 두뇌 싸움을 위해 즐기는 고지능 마니아 스포츠가 드디어 국내 대학에 상륙한다.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농구장 중앙 부스에 대한민국 브리지 국가대표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을 필두로 강성석, 노승진, 김대홍, 이수익 등 간판스타들이 직접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 대학가에 브리지의 씨앗을 뿌리는 역사적인 첫 단추다.

미국에서는 이미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MIT 등 미국 최고 명문대 수학·통계학 천재들이 ‘소수 정예’로 모여 즐기는 최고급 엘리트 스포츠로 통하는 브리지. 실제로 이 게임을 깊게 파는 미국 대학생들은 수학과, 통계학과, 컴퓨터공학과 등 소위 ‘데이터와 확률’을 다루는 엘리트 전공자들이 많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나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이 이 동아리 출신들을 눈여겨본다.

스펙의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운 한국 대학생들에게 소통과 파트너십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전략적 사고를 극대화할 수 있는 브리지는 한 번쯤 경험해야 할 두뇌 스포츠 종목이다.

월스트리트가 주목하는 ‘상위 1%의 지적 희소성’
미국 대학가에서 누구나 하는 대중적인 카드 게임이 텍사스 홀덤(포커)이라면, 브리지는 하버드, 프린스턴, 조지아텍, MIT 등 ‘탑클래스’ 천재들이 즐기는 고지능 마니아 스포츠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브리지를 할 줄 안다는 것 자체가 북미 전역에서는 ‘검증된 두뇌‘를 의미한다.

실제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사재를 털어 기금을 조성할 만큼 브리지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 10분 마다 완전히 새로운 확률적 상황에 직면하고, 제한된 정보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며 손익 비율을 저울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메커니즘은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투자나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 의사결정 구조와 완벽히 일치한다. 남들과 똑같은 자격증 대신 브리지 테이블에서 단련된 전략적 사고력을 갖추는 것, 그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독보적인 ‘차별화된 스펙’이 되는 이유다.

‘텍스트 공황’ 시대,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진짜 ‘두뇌 운동’
스마트폰과 숏폼 영상의 홍수 속에서 현대 대학생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 현상을 겪고 있다. 브리지는 이러한 ‘디지털 녹’을 닦아낼 가장 강력한 해결책이다.

테니스 여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뇌도 녹이 슬 수 있는데, 브리지는 그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해 준다”고 극찬했듯, 브리지는 짧은 시간 동안 극도의 기억력, 시각화 능력, 상대 패에 대한 추론 능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미국 은퇴자협회(AARP) 등 외신이 치매 예방과 인지 기능 향상에 탁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학업과 취업 준비로 지친 대학생들의 뇌를 가장 지적인 방식으로 리프레시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회복시키는 체육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김혜영 한국브리지협회 회장(왼쪽)이 초보 회원들에게 브리지 게임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효성 기자
협업과 리더십을 배우는 ‘파트너십 스포츠‘
체스나 포커가 나 혼자 잘하면 이기는 개인전이라면, 브리지는 2명이 한 팀을 이뤄 2대2로 맞붙는 철저한 ‘팀 스포츠’다.

내 패가 아무리 좋아도 파트너가 던지는 카드의 시그널을 읽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좋은 파트너가 없다면, 차라리 좋은 패라도 쥐고 있는 게 낫다”고 위트 있게 말했듯, 브리지의 핵심은 ‘소통과 신뢰’다. 소셜 미디어 안의 가상 관계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현실의 깊은 소통에는 서툰 요즘 대학생들에게, 브리지는 파트너와 호흡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감성 지능(EQ)‘과 ‘진짜 리더십’을 가르쳐 준다.

당당한 첫발…한국 대학 브리지 네트워크의 서막
이처럼 미국 아이비리그의 전유물이었던 지적 스포츠가 대한민국 대표 사학 명문인 고려대학교에서 첫선을 보이며 단순한 카드 게임이 아닌 정식 ‘마인드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미아점 역시 다음 달 고대생들을 위한 브리지 강좌를 개설하고 수강료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김혜영 회장은 “단순한 체험 행사를 넘어 대학 문화 속에서 새로운 지적 교류 문화를 소개해나가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짚었다.

한국브리지협회는 이번 고려대 행사를 계기로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숙명여대 등 국내 주요 대학들을 잇는 ‘대학 브리지 네트워크’를 다방면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해외 명문 대학들과의 글로벌 교류전까지 추진하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말에는 진천선수촌에서 국가대표를 상대로 브리지 교육이 이뤄지기도 했다. 브리지는 치열한 승부의 순간에서 냉정하고 전략적 사고를 끌어올리기에 가장 좋은 두뇌 스포츠로 꼽힌다. 한국브리지협회
지난해 말에는 진천선수촌에서 국가대표를 상대로 브리지 교육이 이뤄졌다. 김택수 진천선수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브리지를 배우고 있는 모습. 한국브리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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