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여파가 노란봉투법까지?
노란봉투법 주도한 與, 이번엔 노조 작심 비판…“파업하면 국민이 분노”
野는 ‘與 책임론’ 부각…“李 정권 책임 무거워” “지선 후 노봉법 재개정”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삼성전자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 간 마지막 협상이 진행 중인 18일, 여·야·정(여당·야당·정부)이 합심해 노조에 파업을 만류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거대 의석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이 분노한다"며 노조를 향한 작심 경고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인 민주당을 타깃으로 "지선 직후 노란봉투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선거 직전 국민 표심을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 저격수' 박용진도 노조 달래기…"여론 외면 안 돼"
이날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 중재로 협상에 다시 돌입했다. 노조 측에선 기존 '연봉 50%' 수준의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지급안을 사측에 요구한 상태다. 만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 약 5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도 예고했다. 이번 조정마저 결렬될 경우 시간이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더 이상의 중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노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노조법 77조에 따라 즉각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노사는 이 30일 동안 협상을 재개해야 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앙노동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노동권 강화 행보를 보여온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놓고선 노조를 향한 질책이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하면 국민이 분노한다. 파업을 절대 안 해야 한다"며 "모든 사회운동은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수출의 28%를 점유하는데 파업에 돌입하면 100조원 손실은 물론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의원 시절 삼성그룹 사측을 줄곧 비판해 '삼성 저격수'로 꼽혔던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노조에 일침을 전했다. 그는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국민 여론을 외면하면서 갈 수 없다"며 "아무리 작은 노조도 국민의 응원과 박수를 받으면 협상에서 우위에 서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본인들이 법적 파업 절차를 다 지켰더라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또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엄청난 초과이윤을 가지고 성과급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협력·하청업체와 사내 비정규직에게 기여분을 찾아줄지도 협상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며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했고, 그때 협력·하청업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분담했겠나. 이것을 먼저 짚고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로 옆에서는 홈플러스 노조가 당장의 월급을 보장해 달라면서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野 "상대의 허점과 실책은 우리의 기회"
야권은 즉각 "민주당이 몰아붙인 노란봉투법 개정이 이번 사태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권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등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초 불법 쟁의행위로 판단될 경우 기업은 노조나 조합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선 노동자 개인별 책임 범위를 엄격히 따지고 사측의 과도한 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세에 몰려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시켜 지방선거 판세를 반전시킬 기회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대의 허점과 실책은 우리의 기회"라며 "민주당의 만행을 국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에서 추진했던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이슈와 청와대의 김용범 정책실장이 쏘아올린 '국민배당금' 논쟁 등이 겹치며 여론에 적잖은 파장을 미친 바 있다.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의 엑스 발언을 인용해 "선거 앞두고 삼성전자가 파업한다니 이재명(대통령)이 급했네. 그 와중에도 확실하게 말은 못 한다"며 "귀족노조 눈치 살피느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말도 참 어렵게 한다. 민노총에서 따지면 '내가 언제 파업하지 말라고 했냐'고 하겠지"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나는 말 돌릴 생각 없다. 삼성전자 노조는 무리한 요구 중지하고 즉각 파업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성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도 이날 논평을 통해 "초유의 총파업이 현실화한다면 그 피해는 국가 경제 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라며 "파업이 이어질 경우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타격이 우려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재명 정권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며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고유한 경영 판단 영역까지 쟁의의 대상으로 만들고, 정당한 손해배상 책임마저 무력화해 놓은 결과가 지금 산업 현장의 거대한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정된 노란봉투법을 다시 손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정점식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투쟁이 단순한 근로조건 문제가 아니라 이익 공유와 경영 판단 능력까지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노란봉투법 개정이 이번 사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노란봉투법을 재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2차 사후조정은 이날 바로 결론이 나지 않고 오는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사후조정 기한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총파업 예고일 전날인 20일까지 막판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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