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전인 줄 알았는데 개인전…오정세가 살린 ‘와일드씽’[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6. 5. 1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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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과 아이들’의 극한도전, 해치진 않아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솔직히 말하면 ‘와일드씽’(감독 손재곤)은 꽤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작품이다.

조금만 발을 헛디뎠어도 올드하고, 민망하고, 감성만 앞세운 ‘착한 코미디’의 늪에 빠질 확률이 컸다. 실제로 영화의 뼈대 자체는 지극히 익숙하다. 잊힌 스타들의 재결합, 끝난 줄 알았던 전성기, 그리고 다시 찾아온 마지막 기회. 서사의 골격만 놓고 보면 이제는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버린 클리셰다.

영화는 90년대 전설의 혼성그룹 ‘트라이앵글’ 멤버들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콘서트 무대에 서기 위해 다시 뭉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트라이앵글 멤버로, 오정세는 이들과 동시대를 풍미했던 비운의 발라더 최성곤으로 각각 분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배우들의 ‘파격 외형’은 소문 그대로다. 브릿지 헤어를 하고 반짝이 의상을 입은 채 90년대 아이돌을 재현한다. 대놓고 망가지며 춤추고 랩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변신은 어디까지나 시각적인 잔재미에 가깝고, 정작 영화의 중심 서사는 꽤 안전하고 익숙한 감정선 위에 놓여 있다.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보험회사 직원이 된 전직 래퍼, 빚에 시달리는 삶, 방송국 변두리를 전전하는 리더와 재벌가 사모님이 된 센터까지. 멤버들의 ‘현재’는 예상 가능한 궤적을 그리며, 강동원이 이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과정 역시 새로울 건 없다.

때문에 이 영화는 자칫 손재곤 감독의 전작 ‘해치지 않아’처럼 ‘순하지만 그저 밍밍한 영화’가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꿈은 쉽게 끝나지 않고, 인생은 생각보다 더 많은 기회를 품고 있다는 위로 역시 지금처럼 자극적이고 입체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엔 다소 느슨하고 순진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와일드씽’이 끝내 무너지지 않는 건, 영화가 마지막 감동 무대보다 그 무대로 향해가는 ‘과정’을 훨씬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서며 재결합 드라마인 동시에 ‘B급 로드무비’의 리듬을 제대로 탄다. 콘서트장으로 향하던 트라이앵글 멤버들이 과거 자신들을 나락으로 보냈던 인물과 엮이면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고가 또 다른 사고를 부르고 경찰까지 얽히는 대환장 소동극의 결은 문득 ‘핸섬가이즈’를 연상케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말랑하고 대중적인 톤이다.

그리고 이 소동극의 변방이자 중심에서, 영화를 진짜 ‘하드캐리’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오정세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는 ‘트라이앵글’보다 ‘오정세의 영화’다. 주연 3인방이 이야기의 얼굴이라면, 영화의 실질적인 호흡과 온도, 웃음과 짠한 감정은 전부 그가 책임진다.

오정세가 연기한 최성곤은 한때 ‘39주 연속 2위’만 기록했던 비운의 발라더다. 정상의 문턱에서 추락한 뒤 속세를 떠나 산속에서 산적 같은 차림으로 살아가지만, 마이크를 잡는 순간 누구보다 촉촉한 감성을 꺼내놓는다.

설정만 보면 황당한 이 캐릭터에 오정세는 끝내 ‘사람 냄새’를 불어넣는다. 능청스럽다가도 처연하고, 우습다가도 묘하게 짠하다. 슬랩스틱을 하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쓸쓸함과 페이소스를 남긴다. 극이 다소 헐거워지는 순간에도 이상하게 시선을 놓기 힘든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오정세는 자칫 붕 뜰 수 있었던 영화의 중심을 끝까지 붙드는 힘이 된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트라이앵글 3인방의 시너지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 박지현이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지만, 엄태구에게 기대했던 코믹 폭발력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강동원 역시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캐릭터 자체의 밀도가 옅어 ‘강동원이 저런 걸 하네’라는 신선함 이상의 의외성을 보여주진 못한다. 가장 강렬한 스파크는 이미 예고편 안에 다 들어있었던 셈이다.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재미있는 지점은 이 영화가 가진 이중적인 결이다. 분명 촌스럽고 허술한데 묘한 현실감이 있다. 이미 대중은 무한도전 ‘토토가’를 봤고 ‘싹쓰리’ 열풍을 경험했다. 잊힌 스타들이 다시 무대에 오르고 팬들이 눈물 흘리는 서사를 현실에서 먼저 목격했기에, ‘와일드씽’의 허구는 쉽게 실제 이야기처럼 이입된다.

그러나 이 강력한 현실감은 동시에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대중은 이미 현실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들을 경험해 버렸다. 진짜 무대를 떠났던 이들이 다시 조명을 받는 진짜 눈물을 봐버린 관객들에게, 배우들이 그 감정을 ‘연기’하는 후반부 무대는 오히려 인위적이고 덜 뜨겁게 느껴질 여지가 다분하다.

흥행 전선 역시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B급 정서를 끝까지 밀어붙여 카타르시스를 준 ‘핸섬가이즈’와 선한 의도에 비해 세련미와 뚝심이 부족했던 ‘해치지 않아’의 사이 그 어디쯤 서 있기 때문이다. 40대 이상에겐 강력한 향수 촉진제가 되겠지만, 젊은 세대에겐 다소 낡고 헐거운 레트로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귀를 감싸는 음악의 힘만큼은 확실하다.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탄 트라이앵글의 메인곡과 오정세의 발라드는 복고 감성을 건드리는 확실한 킬러 콘텐츠다.

결국 ‘와일드씽’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참 애매한 영화다. 완성도가 압도적이라 상찬하기엔 허술하고, 실패작으로 치부하기엔 묘하게 정이 가며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팀전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강력한 ‘개인전’만 보고 나오는 모양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개인전이 끝내 이 아슬아슬한 영화를 살려냈다.

오는 6월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 초반 대. ‘극한직업’ 제작사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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