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 비노슈 등 佛영화계 600명, '프랑스판 머독' 공개 비판

송진원 2026. 5. 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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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리에트 비노슈 등 참여…극우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 미디어 장악 우려
볼로레 휘하 TV 채널 대표 "이들과 협력 안 해"…르몽드 "보복 조치"
뱅상 볼로레 사진과 카날플뤼스 로고 합성 이미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영화계 인사 수백명이 칸 영화제 기간을 맞아 '프랑스판 머독'으로 불리는 극우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의 영화계 장악 시도를 규탄하고 나섰다.

이에 볼로레 영향력 아래에 있는 프랑스 대표 유료 텔레비전 채널 카날플뤼스(Canal+)는 '안티 볼로레'에 동참한 영화계 인사들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협박으로 맞섰다.

프랑스 영화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영화감독 레이몽 드파르동 등 프랑스 영화계 인사 약 600명은 지난 12일자 진보 성향 매체 리베라시옹에 공동 성명을 실어 볼로레의 영화계에 대한 지배력을 규탄했다.

볼로레는 2010년대 초 프랑스 미디어 그룹인 비벙디(Vivendi)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본격적인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대표 유료 텔레비전 채널인 카날플뤼스를 비롯해 뉴스 전문 채널 쎄뉴스(CNews), 오락 채널 C8, 유명 잡지 파리 마치,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슈(JDD), 라디오 방송국 유럽1(Europe) 등이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영화계 쪽으로는 유럽 최대 영화 제작사인 스튜디오 카날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10월엔 카날플뤼스 그룹을 통해 프랑스 3대 영화관 체인인 UGC의 지분 34%를 인수했다. 카날플뤼스는 2028년까지 UGC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최대 출판 그룹 중 하나인 아셰트(Hachette Livre)도 비벙디 산하에 있다.

영화계 인사들은 볼로레의 이 같은 미디어 확장 정책에 따라 "영화 자금 조달부터 영화관 및 TV 방영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의원과 조르당 바르델라 당 대표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계 인사들이 볼로레의 미디어 장악을 규탄하는 건 그가 극우 진영의 '나팔수', '이미지 만들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볼로레 산하 미디어들은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입장을 부각하거나 옹호하면서 RN의 이데올로기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 미디어를 통해 RN의 과거 극단적 이미지가 상당히 희석됐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계 인사들은 "사방에서 회자되는 '문화 전쟁'은 단순한 사상 대립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프랑스 영화계를 극우 성향의 기업주에게 맡겨둔다면, 우리는 영화의 획일화뿐 아니라 집단적 상상력에 대한 파시스트적 장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로 남아있길 원치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프로젝트와 급여 모두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볼로레의 자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 업계에 은밀하게 강요된 침묵에서 함께 벗어나고자 한다"며 "업계에 대한 극우 세력의 커지는 영향력에 맞서 함께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프랑스판 머독 뱅상 볼로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계 인사들의 집단 성명에 카날플뤼스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볼로레의 핵심 측근 중 한명이자 카날플뤼스 그룹의 대표인 막심 사다는 17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행사에서 자사 최대 주주인 볼로레에 반대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이들과는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다는 "나는 이 청원을 카날플뤼스의 독립성과 그 선택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리 팀에 대한 부당함으로 받아들였다"며 "따라서 나와 카날은 이 성명에 함께 한 사람들과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누군가가 카날플뤼스를 사실상 파시스트로 규정한다면, 나는 그들과 협력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내 한계는 거기까지"라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에 함께 한 영화계 NGO는 사다의 발언을 "협박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일간 르몽드 역시 18일 이 소식을 전하며 "프랑스 영화계에 전례 없는 보복 조치로,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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