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파업 ‘필수인력’ 놓고 충돌… 使 “평일 7000명 기준” VS 勞 “주말 기준”

유병훈 기자 2026. 5. 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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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업, 평일 기준? 주말 기준?
추상적 표현에 파업해도 ‘불씨’ 남아

법원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자체는 막지 않았다. 다만 반도체 라인의 방재시설, 배기·배수시설,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 안전·보안 유지 업무는 파업 중에도 ‘평상시 수준’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업권은 인정하되, 반도체 라인의 안전과 설비 보전을 위한 필수 업무까지 중단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문제는 법원이 제시한 ‘평상시 수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삼성전자는 평일 기준 안전·보안 업무를 유지하려면 약 70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7000명 보다 적은’ 주말·연휴 인력도 평상시 인력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왼쪽부터 2차 사후조정이 열린 중노위 조정회의장으로 각각 들어가는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반도체 부문) 피플팀장,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 /연합뉴스

수원지법 민사31부(재판장 신우정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등을 상대로 낸 위법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방재시설과 배기·배수시설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안전보호시설로 봤다. 또 작업시설 손상 방지와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돼야 하는 보안작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평상시 수준 유지”… 노사, 7000명 기준 놓고 충돌

이번 결정의 핵심은 ‘정상적 유지·운영’의 의미다. 재판부는 이를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같은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가 투입되는 상태로 해석했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환경 변화나 공정 지연만으로도 제품 손상이나 설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이 연속 순환 공정이라는 반도체 제조업의 특성을 결정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평상시 수준’을 어느 시점과 어느 근무 형태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노사 해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 측은 평일 기준으로 반도체 라인의 안전·보안 업무를 정상 유지하려면 약 7000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평일에 이뤄지는 만큼 평일의 통상 운영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로고 /뉴스1

반면 노조 측은 삼성전자의 신청이 전부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초기업노조를 대리한 법무법인 마중은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의 존재와 필요성은 노조도 인정하는 취지였고, 다만 구체적 범위와 투입 인원을 다툰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재판부가 업무 범위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주장을 받아들였지만, 인원에 관해서는 노조 측이 주장한 “주말 또는 연휴 인력도 평상시 인력에 해당한다”는 취지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중은 입장문에서 “사측은 평일 인력 기준으로 필수 업무를 수행할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만 7000명이 근무하게 돼 쟁의권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노조의 주장인 ‘주말 또는 연휴 인력’ 근무가 가능해 (실제 근무 인원은) 7000명보다 더 적은 인력이 근무할 것이어서, 사실상 쟁의행위에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해석은 다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결정문에 명확히 적시돼 있다”며 “평일에는 평일의 통상 운영 수준을, 주말에는 주말의 통상 운영 수준을 유지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파업이 평일에 이뤄질 경우 주말·연휴 인력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라, 평일 기준의 평상시 운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파업권 자체를 부정한 판단이라기보다, 쟁의행위 과정에서도 지켜야 할 법적 한계를 구체화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이동현 법무법인 신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파업의 적법 요건은 충족됐다고 본 것”이라며 “다만 파업이 미칠 사회적 파장과 노조법상 제한 규정을 고려해 파업의 범위를 제한한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양성순 법무법인 이채 변호사도 “파업을 하더라도 노조법상 쟁의행위 제한 규정을 준수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평상시 수준’이라는 기준은 향후 소송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동현 변호사는 “안전보호시설 제한은 사람의 생명·신체 보호를 위한 것이고, 보안작업 제한은 재산상 손실 최소화와 조업복귀 가능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두 영역을 사실상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면, 향후 다른 사건에서는 ‘평상시 수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웨이퍼 변질도 보안작업… ‘주의의무’ 해석도 불씨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의 성격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노조는 생산이 중단된 대기 상태에서는 설비 관련 업무가 불필요하고, 나머지 작업도 적극적 생산 활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보안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에 대기 상태 유지나 신규 웨이퍼 투입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사용자의 조업 계속의 자유를 전면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웨이퍼는 장당 수천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어 생산공정이 파업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손해가 막심하다”며 “법원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안전·보안 유지 업무로 본 것”이라고 했다. 이동현 변호사도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은 단순 생산활동이라기보다 보안작업에 가깝다”며 “파업 종료 후 이전처럼 조업에 복귀할 수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인력 수와 가동시간뿐 아니라 ‘주의의무’까지 평상시 수준으로 요구한 점도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주의의무는 개념 자체가 포괄적이어서 실제 위반 여부를 두고 해석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동현 변호사는 “‘주의의무 위반’은 판단 여지가 큰 개념”이라며 “사측이 추후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주의의무 위반 주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양 변호사도 “주의의무 부분은 태업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간접강제도 불씨… 파업 현장서 인력 배치 충돌 우려

간접강제 역시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판부는 노조가 안전보호시설 유지와 보안작업 수행 의무를 어길 경우 각 노조에 위반행위 1일당 1억원, 주요 간부에게는 각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특정 설비의 보안작업 지연을 하루 단위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조합원 개인의 돌발 행동을 노조와 간부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지는 별도 쟁점으로 남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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