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다 눈 ‘약간’ 다친 17세男...자칫 시력 잃을 위기, 왜?

김영섭 2026. 5. 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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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눈꺼풀 붓고, 흰자위에 피 맺혔을 뿐인데... 안구 속 망막 파열돼 실명 위기 맞아/격렬한 경기 잦다면 스포츠고글 착용 바람직
남성들이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다 잠시 쉬고 있다. 축구·농구·야구 등의 운동을 하고, 격렬한 몸싸움이 잦을 경우엔 스포츠 고글을 착용하는 게 좋다. 안구 부상이 심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상이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워도, 망막이 파열됐을 수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축구·농구·야구 등의 운동을 하다 보면 상대 선수와 거칠게 충돌하거나 공에 얼굴을 정면으로 맞는 사고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눈 주위가 부어오르거나 흰자위에 피가 조금 고이는 부상(결막하출혈)으로 여기고, 얼음찜질을 하며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눈 앞쪽에 작은 상처가 났지만 실제로는 눈 뒤쪽 망막이 찢어져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국제이슬람대 연구팀은 축구 경기 중 눈을 다친 17세 남성 환자가 눈이 앞쪽(전안부)에는 결막하출혈·부기·포도막염 등 가벼운 증상을 보였지만, 눈의 뒤쪽(후안부)에 망막 파열·진동 등 심각한 부상을 입어 시력을 잃을 위험에 처한 사례를 보고했다.

고교생인 이 환자는 축구 경기 중 상대 선수와 강하게 충돌한 뒤 왼쪽 눈의 통증과 눈물 흘림, 눈 주위 출혈 등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눈 뒤쪽 망막 주변부의 6시 방향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망막이 아예 떨어져 나가는 망막박리로 악화하기 전에 찢어진 부위를 둘러싸는 긴급 레이저 망막 고정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환자는 시술 사흘 만에 맨눈 시력(나안 시력)이 크게 좋아져 실명 위기를 넘겼다.

이 연구 결과(From Field to Fundus: A Peripheral Retinal Tear Following Football-Related Ocular Trauma)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사례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으로 안구 부상을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안구에 가해지는 강한 둔탁한 충격은 눈 앞쪽을 순간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눈 옆쪽(적도부)을 팽창시킨다. 이때 눈 내부에서 유리체가 망막을 잡아당기는 강한 힘(인장력)이 발생하면서, 외부 상처와 상관없이 눈 깊은 곳의 망막을 찢어놓을 수 있다.

적도부(Equator)는 눈의 앞쪽(각막 중앙)과 눈의 뒤쪽(시신경 부위)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는 가장자리 선이며, 주변부(Periphery)는 적도부를 기준으로 눈의 옆쪽이자 뒤쪽 망막을 가리킨다.

특히 하방에 발생하는 주변부의 망막 파열은 동공을 크게 키우는 정밀 안저 검사를 하지 않으면 의사도 놓치기 쉽다. 이를 방치하면 눈 속 액체가 찢어진 틈새로 흘러 들어가 망막이 벽지처럼 뜯어지는 현상(파열성 망막박리)으로 이어진다. 이 때는 꼭 수술해야 하며, 잘못하면 시력을 영영 잃을 수도 있다. 운동 중 눈에 타격을 입었다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반드시 안과를 찾아 정밀 검사로 주변부 망막까지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약 63%가 주 1회 이상, 1회당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즐거운 운동 이면에는 안구 건강을 위협하는 부상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특히 공에 맞거나 사람과 부딪쳐 눈을 다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축구·농구·야구를 꼽을 수 있다.

축구는 단단한 공이 빠르게 날아오고 공중에 떠 있는 공을 놓고 다투거나 몸싸움 중 상대의 팔꿈치, 손가락에 눈을 직격당하기 쉽다. 이 때문에 망막 파열, 외상성 동공확대 등 부상이 잦다. 농구는 좁은 공간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끊임없이 벌이며, 특히 리바운드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손가락에 눈이 찔리는 부상인 안구 자상과 눈구멍 골절(안화 골절) 위험이 높다. 야구는 매우 딱딱한 공이 시속 100km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파울볼에 맞거나 수비 중 불규칙 바운드로 공에 눈을 맞으면 안구 파열 등 부상으로 실명할 수도 있다. 이처럼 안구의 앞 뒤에 큰 충격을 주는 운동을 할 때는 특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스포츠 안구 외상의 예방에 좋은 방법은 전문 스포츠 고글(보호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다. 특히 격렬한 몸싸움이 잦을 땐 그렇다. 스포츠 고글은 방탄 유리보다 수십 배 강해 잘 깨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렌즈, 충격을 분산해 주는 실리콘 패드, 격렬한 움직임에도 벗겨지지 않는 밴드형 스트랩 등으로 이뤄져 있다. 스포츠 고글을 쓰면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시력 교정이 필요 없는 보호용 고글은 국산 제품의 경우 몇 만원에 살 수 있다. 미국 안전 기준(ASTM)을 통과한 고성능 수입 전문 브랜드 제품은 9만~20만 원 이상이다.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으로 근시·난시·원시 등 시력 교정이 필요하면 도수 가공 비용이 추가된다. 개인 맞춤형 스포츠 고글을 장만하려면 돈이 좀 든다.

미국 스포츠의학계 통계를 보면 스포츠 관련 안구 외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연간 약 3만 명이다. 이 중 안구 손상이 응급실 방문의 주원인인 경우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축구와 미식축구 같은 격렬한 접촉 스포츠가 이런 부상의 주요 원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하다가 공에 눈을 맞았는데 외관상 멍만 들고 잘 보인다면 안과에 안 가도 되나요?

A1. 반드시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이 사례처럼 눈 앞쪽의 겉 상처가 가볍게 보이고 초기에 시력에 변화가 크게 없더라도, 눈 내부에서는 망막이 찢어지는 심각한 손상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망막 파열은 초기에는 통증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둔탁한 충격을 받았다면 48시간 안에 안과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합니다.

Q2. 축구용 스포츠 고글을 고를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나요?

A2. 가장 먼저 렌즈의 재질이 폴리카보네이트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 플라스틱이나 유리 렌즈는 충격을 받으면 깨지면서 파편이 눈을 찔러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격렬하게 뛰거나 몸싸움을 할 때 고글이 벗겨져 2차 부상이 생기지 않도록 귀에 거는 형태가 아닌 머리 뒤를 단단히 감싸주는 밴드(스트랩) 형태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Q3. 고글에 도수를 넣으면 어지럽다고 하던데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A3. 스포츠 고글은 얼굴을 감싸도록 전면 렌즈가 둥글게 휘어져 있는 '하이커브' 구조를 가집니다. 이 때문에 일반 안경 렌즈를 그대로 넣거나 안쪽 클립을 쓰면 시선이 바뀔 때 왜곡이 생겨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착용자의 초점과 고글의 경사각을 정밀 측정해 주변부 왜곡을 제어하는 스포츠 고글 전용인 개인 맞춤형 통렌즈 가공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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