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5·18에 '탱크데이' 이벤트… 광주민주화운동 조롱?
'책상에 탁'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연상 표현도
누리꾼들 "무슨 생각인가" "의도적 폄훼" 질타
회사, "부적절 문구 사용" 사과… 이벤트 중단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조롱하는 듯한 이벤트 홍보 문구를 썼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1980년 5월 쿠데타에 저항했던 광주 시민들에 대한 전두환 신군부의 무자비한 진압·학살을 상징하는 '탱크' 표현을 하필 올해로 46주년을 맞은 기념일 당일에 사용한 탓이다. 게다가 1987년 6월 항쟁을 촉발했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책상에 탁' 문구마저 포함됐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가 아니라 80년대 민주화운동 전체에 대한 의도적 폄훼"라는 맹비난이 18일 하루 내내 이어졌다.
'탱크데이'→'탱크텀블러데이' 수정… 역효과만
문제가 된 건 스타벅스코리아의 텀블러 제품 할인 판매 행사다. 지난 15일 시작된 이 이벤트는 26일까지 계속되는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은 '탱크데이'로 명명됐다. '탱크'라는 이름의 텀블러 세트를 10% 또는 21%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의미였지만, 홍보 포스터에 '탱크데이'와 '5월 18일' 날짜를 위아래에 나란히 쓴 건 누가 봐도 의심을 살 만했다.
특히 해당 문구 좌측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마저 있었다. 1987년 1월 경찰의 물고문으로 스물두 살 대학생이던 박종철 열사가 숨진 사건과 관련,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고 거짓 해명을 했던 일을 연상시킬 법한 문구였다.
이벤트 공지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스타벅스코리아 비난 목소리로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무슨 생각에서 이런 문구를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기업에서 이벤트를 열며 국가기념일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등 질타를 쏟아냈다. '스타벅스 불매' 선언도 잇따랐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자 회사는 '탱크데이' 명칭을 '탱크텀블러데이'로, '책상에 탁' 문구를 '작업 중 딱~'이라고 각각 수정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되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사실을 인증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역효과만 낳았다.

"정용진 회장 극우색이 조장한 셈" 비판도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을 정조준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주주는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이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이날 엑스(X)를 통해 "이번 논란은 단지 우연이거나 실수일 수 없다. 정용진 회장은 이전부터 자신의 극우색을 숨긴 적이 없다"고 전제한 뒤, "그룹 오너인 정 회장의 평소 행태가 결재 라인과 검토 과정에서 이러한 문구를 오히려 조장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박태훈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장도 X에서 "텀블러 모델명이 우연히 '탱크'였다고 해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텀블러를 '탱크데이'라는 별도 명칭으로 묶어 하필 5월 18일에 출시한 것은 명칭과 날짜를 결합시킨 기획자의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결국 이벤트를 중단하며 고개를 숙였다. 회사는 사과문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담긴 마케팅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으신 5·18 영령과 오월 단체, 광주 시민분들, 그리고 박종철 열사 유가족분들을 비롯해 대한민국 민주화에 앞장섰던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탱크데이 등) 문제의 문구가 포함된 경위에 대해선 현재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우리가 없애버려야"… 노조 부위원장 극단 발언 이어 '파업 강행' 의지-사회ㅣ한국일
- 50년 전 집 주소가 입에서 줄줄…날 버린 한국에서 입양 가족 1000건 이어줬다-사회ㅣ한국일보
- "은행잎이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 된다… 뇌 영상으로 근거 확인"-경제ㅣ한국일보
- 10년 전 '단결 투쟁' 외쳤지만 이제 삼성 파업 막아야 한다...김영훈의 딜레마-사회ㅣ한국일보
- 코스피 8,000 찍고 급락했는데… 증권가, 오히려 "1만 간다"는 이유는-경제ㅣ한국일보
- "지금 이재명이 오만 짓을 다 하는데..." 샤이보수 결집에 불꽃튀는 경남 [르포]-정치ㅣ한국일보
- 한동훈, '하정우 승리' 점친 홍준표 저격… "탈영병이 민주당으로 월북"-정치ㅣ한국일보
- '삼성 저격수' 박용진, 삼전 노조 재차 비판… "자칫 국민 밉상 전락할라"-경제ㅣ한국일보
- 강남서 시작된 '보수 결집' 서울 덮칠라...정원오, '삼성역 부실공사'로 오세훈 정조준-정치ㅣ한
- 故 최진실 딸 최준희, 외할머니 결혼식 불참 루머에 반박-문화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