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흘마다 잭팟 터진다"…30조 '돈방석' 앉은 K조선

노유정/신정은 2026. 5. 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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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수주 200억달러 돌파
슈퍼사이클 2막이 열렸다
올해 실적 작년 상반기 넘어
고부가 LNG·특수선 등 증가

올해 들어 국내 조선업계 수주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운 결과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총 199억6000만달러(약 30조원)어치 수주를 따냈다. 대한조선, HJ중공업 등 중견 조선사의 수주까지 합하면 국내 조선사 전체로는 200억달러를 웃돈다.

조선 빅3의 올해 수주 실적은 163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를 이미 넘어섰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수주 규모는 118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105억5000만달러)보다 12% 늘었다. 한화오션(34억4000만달러)과 삼성중공업(47억달러)의 수주 규모도 각각 지난해 상반기 32억2000만달러, 26억달러를 웃돌았다.

이번 조선업 호황은 2003~2007년 첫 번째 슈퍼사이클 이후 찾아온 두 번째 호황이다. 20년간 수주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20여 년 전엔 컨테이너선이 전체의 4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올 들어선 빅3 기준 LNG 관련 선박(33척) 수주가 컨테이너선(28척)을 제쳤다. 최근에는 해상풍력전용설치선(WTIV), 쇄빙전용선 등 척당 5000억원이 넘는 초고가 특수선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주량 세계 1위인 중국과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중국은 지난달 자체 설계한 대형 LNG 운반선을 인도하는 등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암모니아 등 향후 대세가 될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분야에서 중국을 따돌리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수주 물량 139척 중 컨선 20%뿐…LNG선 등 친환경 선박 비중 늘어
컨선 중심 양적성장 국면서 탈피

한국 조선업의 두 번째 슈퍼사이클은 20년 전과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친환경 선박 수주가 급증하고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다.

20년 전 조선업계가 컨테이너선 중심의 양적 성장에 몰입했다면, 이젠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암모니아 추진선 등 고부가 친환경 선박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위기를 겪은 한국 조선업이 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다시 세계 시장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테이너선 비중 20%로 ‘뚝’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빅3’가 올 들어 이날까지 수주한 선박 139척 가운데 컨테이너선은 28척으로 20%에 그친다. 첫 번째 슈퍼사이클이던 2003년 컨테이너선 비중이 43%에 달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올해 수주한 LNG 운반선과 부유식 저장·재기화설비(FSRU) 등을 포함한 LNG 관련 선박은 33척으로 컨테이너선을 웃돈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3척을 추가 수주했다.

LNG 운반선은 고난도 화물창 기술과 극저온 설계 능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고부가 선박으로 분류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4월 기준 LNG 운반선 가격은 척당 2억4850만달러(약 3600억원)에 이른다.

20여 년 전 첫 번째 슈퍼사이클 당시 한국 조선업계는 컨테이너선과 석유제품운반선 등 범용 선박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첫 조선 호황이 시작된 2003년 국내 조선사의 연간 수주 470척 가운데 컨테이너선이 202척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중국이 저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을 앞세워 물량 공세에 나서면서 한국 조선업계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은 2012년 세계 수주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고, 범용선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했다. 그 대신 국내 조선사는 기술 장벽이 높은 LNG 운반선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후 카타르 LNG 프로젝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증한 글로벌 LNG 수요를 공략했다.

최근에는 중동 리스크로 미국·호주산 LNG 수입이 확대되며 LNG 운반선 발주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조선 빅3가 발표한 수주 공시는 총 42건이다. 사흘에 한 번꼴로 대형 수주가 터지고 있는 셈이다.

 ◇차세대 친환경 추진선 개발 경쟁

수주 포트폴리오도 훨씬 다양해졌다. 올해 조선 3사는 LPG, 암모니아, 에탄운반선 등 가스선을 27척 수주했다. 고부가 특수선 수주도 증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수주한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은 척당 7687억원 규모로 LNG 운반선보다 비싸다.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쇄빙 전용선도 5000억원을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어려운 배를 건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암모니아, 메탄올 등을 사용하는 차세대 친환경 추진선 개발 경쟁에 들어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정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해운업계가 친환경 선박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빠른 속도로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의 친환경 추진선 수주량은 537만CGT(선박 건조 난도를 고려해 환산한 톤수)로 한국(275만CGT)의 두 배 수준이다. 중국은 국영 조선소와 자국 해운사를 기반으로 대규모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이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에서 장기 호황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황 둔화 가능성에 대비한 새 성장축으로는 군함과 차세대 친환경선이 꼽힌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유정/신정은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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