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따뜻한 시선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아이들 [박영희의 아이와 어른, 생각 한 줌]

박영희 국공립장유어린이집 원장 2026. 5.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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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오래 봐야 아이가 보인다
어린이날 파티가 한창이다. /박영희

"엄마 아빠 사랑해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나를 보는 그 미소가 너무너무 좋아". 음악이 흐르자, 먼저 반응한 아이들의 몸이 들썩인다. 친구와 팔을 걸고 깔깔거리는 아이의 눈망울이 새순처럼 해맑다. 율동보다 장난이 더 신나는지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아이는 천상 천진한 아이다. 아예 바닥에 드러누운 채 노래를 부르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는 보헤미안의 기질이 있을까. 아니면 정말로 가수가 될 건가." 필자는 그냥 웃어넘기다가 멈춘다. 시골의 어린 시절 나는 꽃만 바라보아도 눈물지었지.

목청을 높이다가도 이내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웃음보가 터진다. 고개를 흔드는 방향도, 하트를 만드는 손 모양도, 박자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눈치 보지 않으니 봄날의 쑥대처럼 푸르게 화음을 이룬다. 금세라도 끝장을 볼 것 같은 소란 속에서도 끝까지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는 분명히 순간을 즐기고 있다. 놀이는 아이를 꾸밈없이 자라는 자양분이다.

골목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 꼬챙이 하나로 긁적이는 아이의 작은 눈빛이 반짝인다. 마른 모래의 살을 뚫고,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슈우웅' 내려오는 나무 꼬챙이의 동선이 활처럼 휘어질 듯하다가 제자리를 잡는다. 꼬챙이 하나로 마을을 만들고 세상을 그리고 우주의 미로를 유영한다. 심술궂은 바람이 사납게 불면 모래알은 날리고 흩어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모래 위에다 낙서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그리움이 있을까. 골목 바닥은 어느새 아이만의 방이 되고, 모래 위 낙서는 다 하지 못한 마음의 언어가 되리라. 어쩌면 작은 꿈 하나로 하루를 살아내고, 넘어지듯 흔들리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만드는지 모른다.

그렇게 아이들의 세상에 사랑을 전해주는 어린이날의 요정이 나타났다. 알록달록 반짝이는 옷을 입고 비눗방울을 한 아름 안은 원장 요정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우와아아!" 환호성이 터진다. 방금까지 장난치며 뒹굴던 아이도 벌떡 일어나 요정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던 아이들까지 놀이를 멈춘 채 요정 곁으로 몰려든다. 햇살 아래로 쏟아지는 비눗방울은 교실 창가와 놀이터 사이를 둥실둥실 떠다닌다. 아이들은 까치발을 들고 두 팔을 흔들며 반짝이는 순간을 붙잡는다. 아이들의 웃음은 초록 잎사귀를 바람 끝에 매달린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이들, 숨이 차오르도록 웃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이들, 터질 듯 부푼 마음으로 "여기 있다!" 외치며 비눗방울 하나를 따라 지구 끝까지 달려가겠다는 아이들. 그 순간 놀이터는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다. 구름도 내려와 응원가를 부르고 바람도 함께 뛰노는 아이들만의 세상이다.
어린이날 파티가 한창이다. /박영희

두 손으로 비눗방울을 소중히 감싸 안으려 따라가는 아이를 바라본다. 어쩌면 그 시간만큼은 내 유년의 골목길 모래 위에 우주를 그리던 어린 시절이 스친다. 5월은 어린이날이 있는 달이다. 선물은 아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다. 현명한 부모라면 높고 낮음이 없는 선물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깜짝 선물로 소박한 선물을 건네면서 여행을 제안하면 금상첨화 아닐까. 신비로운 세계 하나쯤 간직한 선물은 아이의 상상이 빚어내는 꿈들이 풍성해진다. 둥실 떠가는 구름은 아이들의 웃음이 번지는 5월의 하늘을 열고, 비눗방울을 따라 뛰어가는 아이들의 하루도 그 하늘만큼 맑고 눈부시다.

'사랑데이'를 지나자 교실에는 또 다른 여운이 울렁인 마음이 피어난다. '감사데이'다. 아이들은 카네이션 꽃잎을 만지며 "딸기 냄새가 나요"라면서 웃는다. 엄마 얼굴을 떠올리는지 긴 머리카락을 여러 번 덧칠한다. 빨간 물감으로 손바닥 꽃을 찍고, 하트 종이에 꼬불꼬불한 사랑을 적고 "엄마 사랑해요", "아빠 고마워요"를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어느새 아이들의 마음에 사랑의 표현이 조금씩 자라난다. 슈링클스 종이 위에 알록달록 색을 입히며 "무지개색으로 할래요." "반짝이처럼 꾸밀 거예요."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3월보다 힘이 생긴 손끝과 조금 더 깊어진 마음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키링을 완성해간다. 아이들은 놀이하듯 사랑을 배우고, 만들고, 표현하는데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기다림 끝에 작은 비밀 하나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나는 누구일까요' I SEE YOU 챌린지 모습. /박영희

"I SEE YOU 챌린지!"

아이들은 자신도 모른 채 손과 발, 눈과 입술을 사진으로 남기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간다. 오전 10시, 키즈노트에 'I SEE YOU 챌린지'가 열리자 부모들은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며 "우리 아이가 맞나?" 조심스럽게 작품 속을 따라가 본다. "8번인가요?", "발이 너무 헷갈려요.", "엄마만 적혀 있어서 고민했어요.", "내 아이가 있나요?", "너무 어려워요." 댓글마다 웃음과 고민이 뒤섞인다. 부모들은 작은 발가락 하나와 손끝의 모양까지 오래 들여다보며 아이를 찾아간다. 아이들을 매일 곁에 두지만, 얼마나 자주 아이를 자세히 바라보고 있었을까. 작은 손과 발, 눈과 입술 속에는 아이가 자라온 시간이 켜켜이 쌓인 한 인간의 존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후가 되자 어린이집 앞마당에는 아이들의 작품들이 하나씩 전시되었다. 다음 날 정답이 공개되자 "맞췄어요!"하고 기뻐하는 부모, 아이를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되었다는 부모, 아이의 발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부모의 이야기들이 댓글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보호자의 손을 잡고 작품 앞으로 달려가 "이게 내 손이야!" "여기 입술 봐봐!" 손끝을 놀리면서 자기 이야기를 쏟아낸다.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설명해주는 작품 앞에 오래 머물며 하트 포스트잇에 사랑의 말을 적어 붙인다. "사랑해." "우리 아들 최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아이들의 작품은 심오하지도 심미적이지 않아도 빛이 난다. 마음이 맑은 아이의 심성이 가족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서로를 알아보고 바라봐주는 마음이다. 아이가 서툴게 사랑을 꺼내 놓아도 지혜로운 부모는 아이의 성장통이 단단해진다는 원리를 알아차린다. 생각이 많은 아이, 꿈이 많은 아이, 미래를 상상하는 아이는 누구누구 아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개 아이들은 생각이 다채롭고 개성이 뚜렷하다. 아이를 바라본다는 것은 '네가 여기 있구나!'라는 존재로 가만히 비추어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아이는 부모나 타인의 따뜻한 시선에서 자기 존재를 발견한다고 한다. 군락 속에 피는 꽃이 고유성을 지켜낸다. 5월은 아이를 '존재'로 바라보는 어른이 아이에게 최고의 선물을 준비하는 계절이리라.

/박영희 국공립장유어린이집 원장

☞ 필자는

아이, 교사, 부모의 세계를 잇고 유보통합을 선도하는 '유보통합 실행 기반 강화 사업 시범기관' 국공립어린이집의 원장이자, 교육학 박사입니다.또한 사회적응의 어려움과 관계의 갈등을 함께 마주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과 배움의 기쁨을 나누는 전문상담사입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