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집중호우로 변화”...학계, 장마 ‘재정의’ 제안
최근 20년간 소강상태 없이 여름철 내내 집중호우 지속
‘우기’ 용어 변경은 시기상조, 장마 개념 확장이 합리적

전형적인 장마의 특징이 사라짐에 따라 학계에서 장마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상청 장마특화연구센터장을 맡은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8일쯤 열린 기상청 기상강좌에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강수량이 최고조에 달하던 과거의 형태가 사라지고, 이제는 여름 내내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집중호우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장마의 재정의를 제안했다.
장마특화연구센터가 마련한 새로운 정의 안은 장마철이 비가 집중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을 부각했다. 구체적으로는 장마철을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기단과 북쪽의 찬 기단이 충돌하는 경계가 형성돼, 한반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기간’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장마는 ‘이 장마철 기간에 내리는 비’로 정의하자는 구상이다.
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정체전선(장마전선)으로 인한 강수뿐만 아니라 중위도 저기압 및 대류성 강수 등 다채로운 비의 형태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비가 내릴 수 있는 환경’ 자체에 주목하기 때문에, 실제로 비가 적게 내리는 이른바 ‘마른장마’까지 설명할 수 있는 유연한 정의라는 평가다.
현재 기상청 장마백서에는 장마를 ‘장기간 이어지는 비’라는 보편적 정의와 더불어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일환으로 남북의 이질적인 공기가 만나 만드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는 한국의 핵심 강수 시기’라는 기상학적 정의로 구분해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 같은 기존의 정의가 최근 급변한 여름철 기후 특성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체전선이 한반도 상공을 오르내리며 장기간 비를 뿌리던 과거 방식의 장마는 이미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장마 기간이 역대 세 번째로 짧았던 지난 2018년을 비롯해, 2013년부터 2019년까지는 대체로 기간이 짧고 비의 양도 적은 편이었다. 반면 2020년에는 기상 관측 사태 이후 가장 긴 장마가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해의 경우 다시 장마가 짧아지면서 제주와 남부지방은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철을 보냈다.
이처럼 장마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지성 성격의 호우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재작년에는 시간당 10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지는 극한호우가 16차례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15차례나 관측된 바 있다.
손 교수는 “통상적으로는 6월 하순쯤 장마가 시작돼 7월 초중순에 1차 정점을 찍고, 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이 완전히 올라가면서 8월 초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9월에 다시 이동성저기압 등의 영향으로 2차 정점을 맞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20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비가 내리지 않는 휴지기가 거의 사라졌으며, 여름 내내 시점을 불문하고 언제든 강수가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기(雨期)’라는 용어 도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손 교수는 “우기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학계가 2년 동안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라며 “새로운 단어를 무리하게 쓰기보다는 기존 장마의 개념을 더 넓고 유연하게 정의하는 것이 현재로선 훨씬 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향후 강수 패턴이 동남아시아처럼 건기와 우기가 명확히 갈리는 기후로 완전히 굳어진다면 우기라는 말을 쓰게 될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단계에서는 국민에게 친숙하고 직관적인 장마라는 표현을 유지하는 것이 대중적 이해를 돕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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