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한울3·4호기, 탈원전 침묵 깨고 꿈틀

정라진 기자 2026. 5. 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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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률 29.8%… 27일엔 4호기 최초 콘크리트 타설
2033년 준공 목표... 서울 전력 40% 책임진다
신한울3,4호기 건설현장.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덕천리와 고목리 일원. 쪽빛 동해바다를 마주한 나지막한 구릉지 위로 거대한 타워크레인 10여 대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15일 기자가 찾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의 모습이다. 2017년 전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방침에 따라 멈춰 섰던 이곳은 2022년 7월 정부의 건설 재개 결정과 함께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2023년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정식 반영된 이후, 현장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종합공정률은 29.80%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한 상태다.

축구장 200개 크기(약 140만㎡)의 부지 위로 토사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3호기 부지 옆에는 거대한 진원 형태의 철판 구조물들이 블록처럼 쌓여 있었다. 마치 거대한 레고를 한 단씩 올려 쌓는 듯한 광경이었다. 원자로 격납건물의 내부 철판인 CLP(컨테인먼트 라이너 플레이트)다. 약 6mm 두께의 이 강철판은 사고 발생 시 방사능 물질의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핵심 안전설비다. CLP는 총 19단으로 구성되며 3호기는 현재 5단까지 올라간 상태다. 격납건물은 지상 76m, 지하 16m로 총 높이가 약 100m, 아파트 30층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3호기 현장을 지나 시선은 철근 작업이 한창인 4호기 부지로 향했다. 바닥에는 직경 58mm의 대형 철근들이 촘촘하게 엮여 있었다. 원전 부지의 해발고도는 10m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해일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높여 잡은 것이다. 이 해발 10m 선에서 아래로 16m를 더 파고 내려가 기초를 다지며, 기초 콘크리트 두께만 10m에 달한다. 구역을 나누어 총 9번에 걸쳐 타설하는데, 오는 27일 감행하는 최초 콘크리트 타설이 4호기 핵심 구조물의 첫 번째 바닥을 치는 작업이다. 6000psi급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신한울 3·4호기에 도입되는 노형은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1400MW(메가와트)급 신형가압경수로 APR1400이다. 신한울 1·2호기와 동일한 노형이자,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성공시켰던 바로 그 모델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총사업비 12조3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두 기가 완공되면 연간 예상 발전량은 약 2만358GWh(기가와트시)로, 서울시 전체 연간 전력 소요량의 40%를 책임질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는 유럽 EUR 인증과 미국 NRC-DC 설계인증을 모두 취득한 미국 외 유일한 국가로, 체코·폴란드 등 원전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현장을 나서는 길, 먼바다에서 냉각수를 끌어오기 위해 해저 터널을 뚫는 바지선이 수평선 너머로 보였다. 해저 65m 아래 터널을 파서 차가운 물을 취수하고 심층으로 배수하는 심층 취배수 공법 현장이다. 보이지 않는 바다 밑바닥부터 하늘 높이 솟은 격납건물 꼭대기까지, 신한울 3·4호기는 무너졌던 원전 생태계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임하댐 수상태양광.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수원은 원전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전력 저장 기능 등 에너지 믹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튿날인 16일 오전에 찾은 경북 안동 임하댐 수상태양광과 예천 양수발전소가 대표적 사례다.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태극기 1개 블록과 무궁화 15개 블록의 총 설비용량은 47.2MW 규모로, 연간 6만1670MWh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급 수상 태양광 단지다. 축구장 약 74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52.1만㎡의 면적에 총 732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7월 준공됐다. 낮에는 태양광 전기를, 밤에는 수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실어 나르는 ‘교차발전’ 방식을 도입해 송전계통 문제를 해결했다.

예천 양수발전소는 상·하부댐 사이 484m 낙차를 활용해 총 800MW(400MW 2대) 규모로 운영되는 국내 최대 단일 호기 양수발전소다. 국내 수력·양수 설비용량의 12%를 차지한다. 전력거래소 급전 지시 후 최대 5분 내 발전이 가능해 계통계의 ‘응급실’로 통한다. 2022년 전까지는 적자를 보던 사업이 재생에너지를 만나 이용률이 최대 13%까지 늘어나면서 흑자로 전환됐다.
울진=정라진 기자 realjin0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