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재개 굳혀가는 트럼프 “서두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남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 이란 군사행동 재개 가능성을 밝혔다.
방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기대했던 ‘이란 종전’ 협조를 얻어내지 못한 채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조속한 종전안을 요구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걸프지역에선 1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가 드론 공격을 받는 등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최근 휴전 국면에서도 UAE에서는 친이란 세력 또는 이란 연계 세력으로 추정되는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이 이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그들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시간이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사실상 이란에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도 “더 나은 협상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말하며 군사옵션 재개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백악관은 실제 행동 준비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9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 회의를 열고 대이란 군사옵션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6일 워싱턴DC 인근 자신의 골프장에서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스티프 위트코프 특사 등 핵심 안보라인과 이란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기조는 방중 정상외교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시진핑 주석에게 호르무즈 해협 안정과 이란 압박 문제에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와 호르무즈해협 완전 개방을 종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압박을 비난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협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작전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르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중국 신화통신은 이란 국영TV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화통화를 하고 이란 공격 재개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날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해 현재 전황과 대응 방안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도 지난달 휴전 선언 이후 중단됐던 대이란 군사작전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NYT는 익명을 요구한 중동 지역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 재개를 염두에 두고 군사적 준비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제한적 공습 수준을 넘어 이란 핵시설이나 군사시설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타격 시나리오까지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걸프지역의 미국 우방국들도 미국이 대 이란 공격을 재개할 경우에는 이전과 다르게 가만히 앉아 바라보기만 하지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UAE의 바라카원전의 드론 피격에 대해 즉각 성명을 내고 “역내 안보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외무부는 “UAE의 주권과 안보, 영토 보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며 UAE와의 연대를 선언했다.
특히 최근 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문제로 양국 관계가 다소 냉각된 상황에서 나온 공개 지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부 이란 매체들은 최근 관계가 경색된 사우디가 공격 배후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역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걸프지역 긴장이 원전 공격 단계로까지 번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과 주요 산유국 시설이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 추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유가 상승 압박 속에 전쟁 장기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조속한 출구 전략이 필요하지만, 이란의 압박해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중동에서의 미국 영향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워싱턴 내부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중동 전선이 다시 격화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재개는 물론, 사우디와 UAE까지 포함한 새로운 역내 안보 연대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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