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노조 총파업에 일부 제동…"평시 수준 유지해야"(종합2보)
법원 "설비 손상·생산 차질 시 글로벌 공급망 타격…회복 불가한 손해"
협박·전국삼성노조 시설점거 금지 등 일부 신청은 기각…교섭 영향 주목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달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4.23 [공동취재] xanadu@yna.co.kr](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8/yonhap/20260518171307816kkhq.jpg)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대부분 인용했다.
법원이 안전보호시설 및 시설 손상 방지,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인력 투입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노조의 총파업에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18일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채무자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채권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하는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이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 규모, 주의의무로써 수행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초기업노조와 최승호 위원장에 대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와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의무이행을 담보하도록 삼성노조 2곳에 "금지결정 위반시 1일 최대 2억∼3억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각 노조 위원장에 대해선 결정 위반시 1일 최대 2천만∼3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상 '정상적'의 의미를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즉 평시와 같은 상태"라고 해석했다.
노동조합법 38조 2항은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쟁의행위가 종료되면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함을 입법 취지로 한다"며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면 보안 작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작업시설의 손상 방지' 및' 원료·제품의 변질·부패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수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반도체 공정의 특수성과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도 함께 고려했다.
재판부는 "초정밀 미세장비에 해당하는 반도체 시설의 경우 설비가 한번 손상되면 수리를 거쳐 다시 재가동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쟁의행위 기간 중이라 해도 시설 손상 방지를 위한 작업은 평상시와 같은 정도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채권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설 손상 및 원료·제품의 변질 내지 부패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손해나 위험은 사후적인 금전 배상 등을 통해 회복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실상 사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노조의 파업방식에 법적인 제약이 가해지게 됐다.

재판부는 다만 사측의 가처분 신청 중 일부 항목은 기각했다.
기각 항목은 ▲ 채무자들이 쟁의행위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기 위해 협박을 사용하는 행위 ▲ 채권자 소속 근로자들, 임직원에 대한 방해금지 ▲ 전국삼성노조 및 우하경 위원장에 대한 시설 점거 금지 등이다.
노조 측은 재판부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초기업노조 법률대리인인 홍지나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장 21일에 쟁의활동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정 내용을 다투기보다 위법하지 않은 파업을 준비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두고 나와 향후 노사 관계 및 막판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달 29일과 이달 13일 두차례 심문기일을 통해 사측과 노조의 입장을 들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약 5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부 중재로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총파업 이전 마지막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연봉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의 명문화를 요구했으며,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특별 포상으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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