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6년 만에 다시 열린 옛 전남도청…오월의 심장이 돌아왔다
복원 마친 5·18 최후항쟁지, 18일 오후 시민 공개
추모·교육 공간 첫발…운영 주체·전시 보완 과제도

[더팩트ㅣ광주=조효근 기자] 18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개관식을 앞둔 이곳 광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흐린 표정으로 건물 정면을 바라보는 시민도 있었고, 휴대전화를 들어 조심스럽게 사진을 남기는 관람객도 있었다. 개관을 맞은 현장의 분주함 속에서도 차분한 추모의 기운이 짙게 깔려 있었다.
46년 전 총성과 함성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사람들이 섰다.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이 복원공사를 마치고 이날 시민에게 공개됐다.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 시민들은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복도와 계단, 전시 설명문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광주의 마지막 거점이었다. 계엄군이 물러난 뒤 시민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질서를 세우고 부상자를 돌봤다. 무너진 국가 기능을 시민들이 스스로 떠안았던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진압 작전으로 도청을 지키던 시민군은 숨지거나 연행됐다. 이후 이곳은 광주가 기억해야 할 가장 아픈 장소이자, 5·18의 심장부로 남았다.

도청 본관 안으로 들어서자 외부의 소음은 한층 낮아졌다. 관람객들은 복원된 내부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전시물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누군가는 당시 상황이 적힌 설명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고, 또 다른 관람객은 일행에게 낮은 목소리로 1980년 5월의 이야기를 설명했다.
건물 내부는 그 날의 현장에 가까웠다. 복도와 계단, 방마다 46년 전 이곳에서 벌어진 일이 겹쳐졌다. 시민군이 오갔을 통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을 방, 벽에 남은 탄환자국이 관람객의 시선 앞에 놓였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 A 씨(전남 담양군 봉산면)는 "책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5·18을 실제 공간에서 마주하니 느낌이 다르다"며 "같이 온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옛 전남도청 복원은 건물을 다시 세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곳이 왜 보존돼야 하는지, 5·18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오랜 논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 과정에서 옛 도청 원형 훼손 논란이 불거졌고, 별관 보존 문제를 두고 지역사회 갈등도 이어졌다. 5월 단체와 시민사회는 이곳이 단순한 문화시설이 아니라 최후항쟁지라며 원형 복원을 요구해 왔다.
결국 여러차례 논의를 거친 후 옛 전남도청은 본관과 별관, 회의실, 옛 전남경찰청 본관·민원실, 상무관 등 6개 동을 중심으로 1980년 5월 당시의 모습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복원됐다.

상무관 앞에 이르자 관람객들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상무관은 5·18 희생자들의 기억과 맞닿은 공간이다. 시민들은 추모 공간 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조용히 손을 모았다. 개관식의 분주함 속에서도 이곳만큼은 행사의 시간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에 가까워 보였다.
상무관을 찾은 한 관람객은 "이곳이 관광지처럼 소비되지 않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장소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복원된 공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감정은 단순한 반가움만은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되찾은 공간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1980년 5월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묻어났다.
특히 5·18을 직접 겪은 세대와 기록으로 배운 세대가 같은 공간을 걷는 장면은 이곳의 역할을 보여줬다. 옛 전남도청은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이자, 다음 세대에게 오월을 전하는 교육 현장으로 다시 출발했다.
하지만 문이 열렸다고 모든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문은 열렸지만, 이 공간을 누가 어떻게 지킬 것인지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체계 안에서 운영하는 방안을, 5·18단체와 시민사회는 문체부 직속 독립기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당분간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올해 말까지 임시로 관리·운영을 맡을 계획이다.

도청을 빠져나온 시민들은 한동안 건물 쪽을 돌아봤다. 1980년 5월 이곳에 남았던 이들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6년 만에 시민 앞에 다시 선 옛 전남도청은 단순히 복원된 건물이 아니라, 광주가 앞으로 지켜가야 할 오월의 현장이다.
오월의 심장은 다시 문을 열었다. 이제 남은 일은 이 공간이 살아 있는 기억의 장소로 계속 뛰게 하는 것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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