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이 반도체산단 이전 근거가 못 되는 이유 [왜냐면]


김경식 | ESG네트워크 대표
‘재생에너지 공급 안 되는 수도권에 반도체 산단이라뇨?’(한겨레 4월21일치 23면) 기사에서 이봉렬씨는 경기 용인에 반도체 산단이 불가능한 두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생산 과정에서 알이100(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수도권은 땅이 부족하고 비싸고 주민 수용성도 낮아서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24.8%에 머물고 있는 이유도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는 수도권에 반도체 공장이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알이100은 기본적으로 전국 단위 전력시장을 통해 이행되므로, 공장 위치와 일대일로 연결되는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알이100 자체를 용인 산단 지방 이전의 직접적 근거로 삼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 있다.
알이100 달성 방식은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재생에너지구매계약(PPA), 기업의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 등 네가지로 나뉜다. 기업은 각자의 경영 여건에 따라 이를 혼용할 수 있지만, 2024년 기준 국내 기업들은 이행량의 98% 이상을 녹색프리미엄 방식에 의존했다. 반면 수요 기업과 발전 사업자가 직접 계약하는 재생에너지구매계약은 전체 이행량의 0.4%에 불과했다. 이는 지역적으로 가까운 발전 사업자와 계약할 경우 일부 송배전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음에도, 그것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인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4.8% 실적 역시 정확한 조달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녹색프리미엄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이100 달성을 위해 용인 산단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지만, 반도체 산단 규모의 전력 수요는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재생에너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추가 송전망 확충은 필수적이다. 에너지 사용량 자체가 막대한 데다 재생에너지 특유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결국 다른 지역의 기저부하 전력을 함께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알이100 산단과 기업 유치’ 토론회에서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가동돼야 하는데 장마나 태풍으로 7일 이상 재생에너지 공급이 안 되면 어떻게 대응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전력 계통 전문가인 이순형 동신대 교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이나 중부 지역에서 갖다 쓴다”라고 답했다. 이 답변은 산단 이전론의 또 다른 주장인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이 불가능하므로 산단을 이전해야 한다’라는 논리와 충돌하는 대목이다.
알이100은 추구할 가치가 있고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흐름 자체는 분명하다. 다만 현실에서는 모든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동일한 속도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마이크론, 에이엠디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아직 알이100 회원사가 아니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기업 유치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특성과 전력시장 구조, 알이100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없이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논의를 단순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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