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 ‘천연기념물’ 남생이가 산다[현장]

오경민 기자 2026. 5. 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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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청계천 물가 한 돌멩이 위에서 수컷 남생이가 일광욕을 하고 있다.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제공

맑은 하늘 아래 서울 낮 최고기온이 31.3도까지 오른 지난 15일 오전 잔잔한 청계천 위로 햇볕이 내리쬈다. 물가의 따뜻하게 데워진 돌멩이 위로 거북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토종 자라가 바위에 기대 등딱지를 반쯤 내놓고 쉬었고, 외래종 리버쿠터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헤엄쳤다. 용두공원 앞 고산자교에서 중랑천 합수부까지 2.5㎞를 환경단체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이정숙 대표, 조윤휘 활동가와 동행하는 동안 25마리의 거북이를 마주쳤다.

“저쪽에 저거 남생이 같은데요?” 조 활동가가 하천 건너편에 나란히 놓인 바위 세 개를 가리켰다. 이정숙 대표가 카메라로 바위 위를 훑더니 맨 오른쪽 바위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남생이 맞네요. 수컷 같은데?” 중랑천사람들은 2022년부터 ‘민물거북 조사 시민과학’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중랑천 등에서는 수컷 남생이가 발견됐지만 청계천에서 수컷이 확인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전 청계천 모니터링에서 각각 크기가 다른 암컷 네 마리가 확인된 데 이어 이날 수컷 존재가 포착되면서 남생이가 청계천에서 번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모니터링에서는 수컷 남생이 1마리를 포함해 남생이 총 3마리가 관찰됐다. 수면 위아래를 오가며 은신하는 남생이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개체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종 민물거북인 남생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국가유산청 천연기념물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적색목록에서도 위기종(EN)으로 분류된다. 고대가요 ‘구지가’ 주인공으로 언급될 정도로 한반도에 널리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편화와 로드킬, 남획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 남생이 등딱지에는 세로로 3개의 뼈처럼 도드라진 ‘융기선’이 3개 솟아있고, 머리 옆으로는 녹색 또는 흑갈색을 띠는 연녹색 줄무늬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리버쿠터, 붉은귀거북, 중국줄무늬거북 등 6종에 대한 집중 퇴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통발로 포획한 뒤 ‘저온 요법’(냉동) 등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4년 실시한 ‘도심 하천 생태계 교란 외래거북 실태조사’ 결과, 서울 도심 하천에서 외래종이 널리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외래종 거북이와 남생이 사이 경쟁 관계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2017년 발표된 ‘한국산 남생이와 외래종 붉은귀거북의 서식지 이용 패턴 비교 분석’ 논문은 “남생이와 붉은귀거북이 제한된 일광욕 장소, 먹이자원 활용, 동면지 등을 두고 경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양서파충류협회는 지난 3월 “거북이는 다른 종과 지속적인 공격적 경쟁을 벌이는 동물이 아니며 현장에서는 다른 종의 거북과 남생이가 같은 유목 위에서 함께 일광욕하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도 생태교란종인 붉은귀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과 남생이가 나란히 돌 위에서 일광욕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중랑천사람들은 대대적인 외래거북 포획 과정에서 남생이 서식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5년째 서울 하천에서 거북이를 관찰하면서 토종 자라와 남생이가 외래거북과 모여 일광욕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며 “생태교란종 대부분이 반려동물이었다가 유기된 개체인 만큼 단순 포획·폐사 중심이 아니라 유기 방지와 관리 체계를 포함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청계천 물가 한 돌멩이 위에서 수컷 남생이(오른쪽)와 외래종 거북 한 쌍(왼쪽)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북부환경정의 중랑천사람들 제공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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