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레벨업”…코스피, 패닉 딛고 7510선 상승 마감

사상 첫 8,000선 돌파 직후 매서운 ‘버블 붕괴’ 경고음에 휩싸였던 코스피가 월요일 장 초반의 폭락을 극적으로 극복하며 상승 마감에 성공했다. 미·이란 전쟁 리스크와 미국 국채금리 급등,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가 시장을 짓눌렀지만, 정부와 법원이 내놓은 릴레이 처방에 반도체 업종이 지수를 심폐소생했다.
1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86포인트(0.31%) 오른 7,516.0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전장보다 49.89포인트(0.67%) 내린 7,443.29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9분경 4.68% 폭락한 7,142.71까지 밀리며 7,100선마저 위협받았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일시 제한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은 극심한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개인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는 서서히 낙폭을 줄였다. 오전 11시 30분경에는 장중 최고점인 7,636.20까지 치솟으며 반전에 성공했다. 오후 들어 외국인의 매도세가 재개되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으나, 개인과 기관이 결국 빨간불을 지켜내며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73포인트(1.66%) 내린 1,111.09로 장을 마치며 코스피와 온도 차를 보였다.
하락 종목이 3배 많아도…반도체 투톱
이날 코스피 시장의 상승 마감은 사실상 '반도체 원톱 체제'가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202개에 불과했으나 하락 종목은 662개에 달해 업종별 혼조세와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은 기관 투자자들의 거센 차익 실현 매물로 약세를 지속했고, 건설 업종 역시 현대건설의 GTX-A 시공 오류 이슈가 불거지며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사면초가에 빠진 증시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구원투수는 대장주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개장 직후 뉴욕발 AI 주가 조정 여파로 3.14% 내린 26만2,000원까지 밀리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증시를 반전시킨 건 오전 9시 30분경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노조를 겨냥한 메시지를 던지면서다. 이어 오전 11시 13분경에는 법원이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파업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쟁의행위 중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의 인력과 가동규모를 투입해 생산 시설을 유지·운영할 의무가 있다"고 결정하며 파업에 제동을 걸었다.
생산 차질 우려를 덜어낸 삼성전자는 곧바로 낙폭을 만회하고 한때 6.65% 오른 28만8,500원까지 치솟았으며, 이 기세에 힘입어 코스피도 7,636.20까지 동반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뒤이어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오후 들어 상승분을 다소 반납했으나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38% 상승한 28만2,000원에, SK하이닉스는 1.15% 상승한 184만2,000원에 마감하며 지수 방어선을 지켜냈다.
수급 측면에서는 역대급 공방전이 벌어졌다. 외국인은 삼성전자(1조2천402억원)와 SK하이닉스(1조212억원)를 집중적으로 던지며 총 3조6천51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개인(2조2천87억원)과 기관(1조3천913억원)이 이 물량을 적극적으로 받아내며 하단을 지지했다. 특히 장중 7조원이 넘는 개인의 폭풍 매수세가 오전의 급락장을 반등으로 돌려놓는 핵심 원동력이 됐다.
오늘 극적인 반등을 이뤄냈지만, 한국 증시가 마주한 단기 변동성 리스크는 첩첩산중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향후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세 가지를 지목하고 있다.
첫째,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리스크다. 삼성전자 노조의 2차 사후조정이 이날 오후 7시까지 진행되며, 필요시 19일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까지 시사한 가운데, 오는 21일 총파업 예고 시점까지 노사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실제 생산 차질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 이는 지수를 지탱하는 반도체 업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오는 20일(현지시간)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다. 엔비디아가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가이던스를 제시하느냐가 국내 반도체주의 기술적 지지선 유지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셋째, 매크로 환경의 악화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6%, 30년물 금리가 5% 이상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조정 압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증시 버블 국면에서 금리 상승은 자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강력한 '중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당분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유가 흐름에 종속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30년물 금리가 5.16%로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도 추가 채권 발행 가능성이 언급되며 10년물 금리가 2.8%에 근접해 29년 만에 최고치였다"며 "AI 모멘텀이 쉬면서 매크로 부담이 차익실현 명분으로 작용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 중심 반도체 분발로 코스피는 강보합 마감했지만 양대 반도체를 제외한 지수는 오히려 내렸고 주요국도 부진했다"며 "시장이 이격 부담을 소화하는 가운데 21일 새벽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또 하나의 주요 분기점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조정을 거시적 ‘버블 붕괴’의 관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과 같은 증시 버블 국면에서 금리상승은 모든 자산을 먹어 치우는 ‘중력’이 된다”며 “지난 120년 역사상 3번의 버블 붕괴(1929년 대공황, 1966년 자본주의 황금기 정점, 2000년 닷컴버블)는 모두 금리상승이 촉발했다”고 경고했다. 금리가 실물시장을 타격하면 현재의 ‘AI 투자’마저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애널리스트는 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핵심 고리인 ‘유가’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99년 닷컴버블 당시 연준의 첫 긴축기에는 단기 조정 후 나스닥이 오히려 2배 폭등했던 사례를 들며, 진짜 붕괴와 단기 조정을 가르는 임계점으로 유가 120달러선을 지목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중동 리스크로 유가가 120달러를 돌파해 증시가 본격적으로 발작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개입(유가 하락 압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 기회가 생기는 어려운 일들을 투자자들이 또 다시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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