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AI엔지니어 파견 … 고객사에 '인공지능 DNA' 심는다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5. 18. 16: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 AI 도입 속도 느려
이메일 작성·문서분석 그쳐
핵심 업무 적용하기엔 일러
AI 기업들 '직접 구축' 나서
고객기업에 기술 인력 파견
AI시스템 전면 통합 팔걷어
구글·오픈AI 별도조직 구성
고객사 실제 업무에 AI 연결
사모펀드 손잡고 펀드 조성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고객사에 엔지니어를 직접 파견하는 방식으로 기업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AI 모델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실제 기업 시스템 안에 AI를 구축하고 업무 흐름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업계에서는 'AI 구축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글은 최근 기업용 AI 제품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엔지니어 수백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라는 조직으로 운영된다. 고객사 현장에 직접 들어가 AI 시스템 구축과 데이터 연결, 업무 자동화 등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토머스 쿠리언 구글 클라우드 CEO는 링크트인에서 "기업 고객들의 AI 에이전트 개발 수요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맷 레너 구글 클라우드 최고매출책임자(CRO)도 "단순히 영업사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 인력을 고객 현장에 직접 투입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현재 글로벌 사모펀드들과도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블랙스톤, KKR, EQT 등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구글 AI 모델을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에는 비스타에퀴티파트너스와 협력 계약을 했고, 컨설팅 기업들의 AI 도입 지원을 위해 7억5000만달러 규모 펀드도 조성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구글만의 전략이 아니다. 오픈AI 역시 최근 사모펀드와 컨설팅 기업들로부터 40억달러를 투자받아 별도 AI 구축 조직인 '디플로이먼트 컴퍼니'를 출범시켰다. 회사 이름 그대로 AI를 실제 기업 환경에 배치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직이다.

투자에는 TPG, 브룩필드자산운용, 베인캐피털, 어드벤트 등이 참여했다. 오픈AI도 5억달러 규모 자금을 직접 투입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소규모 컨설팅 기업 인수와 엔지니어 채용에 사용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조직은 수백 명의 기술 컨설턴트와 엔지니어를 고용할 계획이다.

앤스로픽도 월가와 손잡고 비슷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앤스로픽은 블랙스톤, 골드만삭스, 헬먼앤드프리드먼 등과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해 AI 모델 '클로드'를 기업 시스템에 직접 통합하는 사업에 나섰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는다. AI 도입 속도를 높여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블랙스톤과 헬먼앤드프리드먼, 앤스로픽은 각각 3억달러를 투자하고 골드만삭스도 약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AI 기업들이 이처럼 '엔지니어 파견 경쟁'에 나서는 것은 기업들의 실제 AI 도입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챗봇이나 문서 요약 수준의 AI 시범 사업은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핵심 업무에 AI를 연결하는 단계에서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기존 시스템과의 연결이다. 기업 내부에는 수십 년 동안 사용해온 데이터베이스와 소프트웨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AI를 도입하려면 이 시스템들을 정리하고 데이터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안 문제도 민감하다. 특히 금융·제조·헬스케어 기업들은 외부 AI 모델에 내부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결국 AI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제 기업 업무에 안착하지 못하면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AI 기업들이 이제 모델 판매를 넘어 구축과 운영까지 직접 맡으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이 과거 클라우드 시장 초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도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고객사 전환을 위해 대규모 기술 인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현재 AI 시장은 훨씬 복잡하다는 평가다. AI는 단순 서버 이전이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AI 에이전트' 기술은 기업 내부 시스템과 깊게 연결돼야 제대로 작동한다. AI가 이메일 작성이나 문서 검색을 넘어 회계 처리, 고객 응대, 소프트웨어 개발, 구매 업무까지 자동 수행하려면 기업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AI 업계에서는 앞으로 가장 강력한 기업이 반드시 가장 뛰어난 모델을 가진 회사가 아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기업 시스템 안으로 가장 깊게 들어간 기업이 장기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AI 기업들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초기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모델 성능과 벤치마크 점수가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고객 확보와 실제 사용량 확대가 더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좋은 AI 모델'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업무를 바꿔줄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AI 기업들이 엔지니어 조직을 대규모로 늘리는 것은 단순 기술 지원이 아니라 기업 운영 구조 전체를 선점하려는 전략에 가깝다"고 말했다.

13만명이 읽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 뉴스레터인 '미라클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만나보세요. 검색창에 '미라클레터'를 입력하거나 QR코드를 스캔해 무료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