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AI TV'로 중국 저가 공세 뚫는다

원종환 2026. 5. 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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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경험으로 차별화
글로벌 가전시장 선점 나서
삼성 '광고·구독 플랫폼' 속도
LG, 모든 리모컨에 AI 버튼

국내 가전업계에서 ‘인공지능(AI) TV’가 침체기에 접어든 TV 시장의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가전업체에 대응해 ‘사용자 경험’을 차별점으로 앞세우면서다. 이 같은 전략이 통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AI TV’로 승부수

삼성전자 모델들이 AI TV로 축구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세계 TV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달 2026년형 AI TV 신제품 출시 행사인 ‘더 퍼스트룩 서울 2026’을 열고 TV 라인업과 스피커 신제품을 공개했다. 신제품의 핵심은 통합 AI 플랫폼인 ‘비전 AI 컴패니언’이다. 이 플랫폼은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 등을 통해 TV 시청을 돕는 개인 맞춤형 AI를 지원한다. AI가 콘텐츠 해상도를 자동으로 높이고 음향을 최적화하는 등의 기능도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국내에 출시하는 사실상 모든 TV에 이 같은 AI 기능을 접목할 계획이다.

앞서 LG전자도 AI 기능을 강화한 신형 TV 라인업을 내놨다. 모든 리모컨에 AI 전용 버튼을 최초로 추가해 편의성을 높였다. 버튼을 누르면 ‘AI 컨시어지’가 사용자의 시청 패턴에 맞춰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외에 TV가 잘 안 보이는 등의 문제 해결을 돕는 ‘AI 챗봇’, 목소리로 사용자를 구분하고 개인별로 최적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보이스 ID’ 등의 기능을 담았다.

LG전자 모델들이 ‘더 넥스트 올레드’ TV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두 회사가 AI TV를 꺼내 든 배경에는 TCL, 하이센스 등 매섭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중국 가전업체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TV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2020년 21.5%에서 지난해 16.5%로 꾸준히 하락했다. 반면 TCL과 하이센스는 지난해 각각 14%, 12.5%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매섭게 추격했다. 중국 주요 3사(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이미 2024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을 넘어섰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로 비슷한 가격의 중국산 TV보다 더 좋은 소비자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를 공략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AI TV는 보안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시장 진출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면 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삼성, 고강도 쇄신 단행

국내 TV업체들은 중국의 ‘TV 굴기’에 대응해 대규모 전략 수정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에는 ‘마케팅 전문가’인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을 TV 사업을 총괄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에 전격 선임했다. 회사 측은 “TV 사업 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갑작스러운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공대 출신 ‘기술 전문가’에서 ‘소프트웨어·마케팅 전문가’ 체제로 경영 축이 옮겨지면서 광고 및 구독 모델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 재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출혈경쟁도 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중국 현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가전 및 TV 제품의 현지 판매 중단을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시장 포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전 분야를 과감히 정리하고 반도체와 모바일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쏟겠다는 취지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갈란타 공장 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중국 기업에 대응해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에서 연간 2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전자의 TV 산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연간 7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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