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500' 치는 사람이 '서브3'를 할 수 있을까? [나연만의 달려도 달려도]

나연만 2026. 5. 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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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애슬릿'의 등장
끝나지 않는 논쟁에 답하다
유명 파워피르터. 푸지아노스키 /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3대 500. 이 말은 사전에는 없지만, 운동하는 이들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퍼진 지 오래다. 웨이트트레이닝에서 파워리프팅의 종목이기도 한 스쾃,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를 ‘3대 운동’이라고 한다.‘3대 500’은 이 세 가지 운동 각각의 최대 한계 중량의 합이 500kg라는 뜻이다. ‘3대 500’은 ‘웨이트트레이닝 고수’를 나누는 척도처럼 쓰이기도 한다. 동네 피트니스 클럽에서 이것이 가능한 사람이 3%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서브3(sub-3)는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미만으로 완주하는 기록을 뜻한다. 풀코스 대회 참가자 상위 2~4%에 해당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서브3 주자는 1,500명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힘들어서 마라톤 서브3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이도 적지 않다.

둘 다 힘들다는 점을 빼면 이 두 운동의 특성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어 보인다. ‘3대 5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유리하다. 역도 선수의 체급이 올라갈수록 들 수 있는 역기의 중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 유명 파워리프터인 푸지아노스키의 스트롱맨 챔피언 시절 체중은 140kg이 넘었다.

반면, 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체중이 가벼울수록 목표 달성이 수월해진다. 일반적으로 체중 1kg이 줄면 마라톤 기록이 최소 2분에서 5분까지 단축된다고 한다. 마라톤 최고기록 보유자인 사바스티안 사웨의 체중은 불과 55kg에 지나지 않는다.

마라톤 최고기록 보유자. 사바스티안 사웨 /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이러한 두 운동의 특징을 안다면 ‘서브3’와 ‘3대 500’을 동시에 이루는 일은 불가능의 영역처럼 보인다. 그 두 목표는 ‘서브3를 하면서 유튜버 되기’, ‘3대 500을 치면서 제빵사 되기’처럼 신체적 간섭이 없는 목표들과는 달리, ‘체중을 늘리면서 더 높이 뛰기’처럼 물리적인 모순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상식을 깬 ‘하이브리드 애슬릿(hybrid athlete)’의 등장

그런 모순적인 업적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의 한 남자가 근육질의 육중한 몸으로 42.195km를 2시간 56분에 들어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때는 2021년이었다. 그의 이름은 닉 베어(Nick Bare). 그는 3대 운동 합계 500kg을 훌쩍 넘기면서도 매년 자신의 마라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렇게 러닝 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을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사람을 뜻하는 하이브리드 애슬릿(hybrid athlete)이라는 말도 탄생했다.

육군에서 특전사로 복무 중인 정태빈 상사 / 사진제공. 정태빈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바로 육군에서 특전사로 복무 중인 정태빈 상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의 최대 중량 합이 500kg이면서 마라톤 풀코스 최고 기록은 2시간 49분 38초에 달한다. 그야말로 근력, 지구력, 스피드, 정신력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인 ‘육각형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배 나온 아저씨인 내가 볼 때는 둘 다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지만, 그는 이 두 가지 극단의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 도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궁금할 수밖에 없는 그의 훈련 비결을 직접 물어보았다.

 육각형 인간이 말하는 ‘두 마리 토끼 잡는 법’

Q. 스트렝스와 마라톤 훈련의 비중은 어떻게 두었는가?
“요즘은 5x5(5회씩 5세트 반복) 훈련 등 바벨의 중량을 점진적으로 늘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와 있다. 나 같은 경우 중량을 올리는 목적의 프로그램만 짧고 굵게 실시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철저히 ‘필요한 만큼만’ 한다. 반면 마라톤 훈련은 마일리지를 월 300km 이상으로 잡고 틈만 나면 나가서 달렸다. 그러므로 전체적인 훈련 비중은 러닝이 훨씬 크다.”

육군에서 특전사로 복무 중인 정태빈 상사 / 사진제공. 정태빈


Q. 달리기를 하면 근손실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운동인들 사이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마라톤을 하면서도 근손실을 방지하는 나만의 비결이 있다면?
“서브3를 하기 위해 평소 훈련 거리의 2배 이상을 달리다 보면 체중이 빠지면서 에너지의 부족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하루 섭취 열량을 정해놓고 체중 1kg당 단백질 1.5g~2g과 충분한 지방, 탄수화물을 섭취하도록 노력했다. 가공식품을 최대한 줄이고 자연 식품 위주로 섭취하는 ‘클린 식단’을 유지한다. 이때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의 중량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야 근육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몸의 컨디션이 평소와 다르면 과감하게 훈련을 중단하고 쉬는 것도 중요하다.”

Q. 3대 500과 서브3 모두 달성한 사람만이 대답할 수 있는 논란의 그 질문이다. 둘 중 어떤 것이 더 힘든가?
“서브3다. 3대 운동 수행 능력은 잘 먹고 잘 쉬다가 쾌적한 헬스장에서 프로그램을 이행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종목당 1분이 안 걸릴 정도로 시간도 짧다. 그에 비해 서브3를 하려면 봄부터 가을까지 햇볕을 피하기 위해 꼭두새벽에 나와 훈련해야 한다. 대회 중에는 3시간 동안 ‘여기서 속도를 낮출까? 그만할까?’ 같은 온갖 번뇌로 고통스럽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견뎌야 한다는 점도 서브3가 더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모순을 넘어선 ‘하이브리드 애슬릿’의 시대

육군에서 특전사로 복무 중인 정태빈 상사 / 사진제공. 정태빈


근육과 근력을 키우면서 마라톤까지 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이들의 사례에서 보듯 두 가지는 충분히 양립 가능하다. 영리한 훈련법과 멘탈을 무기로 이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하이브리드 애슬릿(hybrid athlete)’들이 출현하고 있다. 체계적인 스트렝스 훈련을 했음이 분명한 근육질 선수가 마라톤 대회나 하이록스에 참가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근육질의 몸을 만들면서 마라톤도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정태빈 상사는 “조급해하지 말고 매일의 훈련을 기록하며 꾸준히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그는 근력 운동으로 잘 단련된 근육은 마라톤의 짐이 아니라 마라톤을 하는 당신의 든든한 무릎과 발목 보호대가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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