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보험 출시됐지만 시장은 ‘글쎄’···관건은 전환 유도책 ‘실효성’

김태영 기자 2026. 5. 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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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보험료 내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전환 유도책 효과 의문
병원 안 가는 가입자만 이동?···업계 "손해율 구조 그대로 남을 수도"
설계사도 판매 부담···보장 축소·민원 리스크에 영업 신중 모드
할인특약 시행 앞두고 업계 긴장···실손 개편 실효성 시험대 올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비급여 과잉진료와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를 막기 위해 5세대 실손보험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다. 보험료를 대폭 낮추고 중증 보장을 강화했지만 도수치료·비급여 주사 등 핵심 비급여 보장이 축소되면서 기존 가입자들의 전환 유인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제도의 성패가 누가 실제로 갈아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료 할인만으로는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저위험 가입자만 이동하고 손해율 악화의 핵심인 고위험 가입자는 기존 상품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시행 예정인 계약전환 할인제도와 선택형 할인특약이 얼마나 실질적인 전환 유인으로 작동할지가 5세대 실손 안착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손해보험사 9곳과 삼성생명·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7곳은 5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일 기존 1~4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이동할 경우 3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계약전환 방안을 공개했다.

5세대 실손보험은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질환 등 중증 비급여 보장은 강화한 반면, 도수치료·체외충격파·비급여 주사 등 과잉진료 논란이 컸던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을 축소하거나 제외한 것이 핵심이다.

비중증 비급여 자기부담률은 기존 30% 수준에서 50%까지 높아졌고 보장 한도도 축소됐다. 대신 보험료는 1·2세대 대비 절반 수준, 4세대 대비 약 30% 낮아졌다. 임신·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를 새롭게 포함하면서 정책성 기능도 일부 강화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전환 유도책이 실제 손해율 구조를 바꿀 만큼 강력하냐는 점이다. 현재 업계 분위기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보험료 할인 자체는 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에게는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지만 정작 보험금 청구 빈도가 높은 가입자들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도수치료·비급여 주사 등을 자주 이용하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절감보다 보장 축소에 따른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를 아끼는 대신 실제 치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사가 가장 이동시키고 싶어 하는 고위험 가입자일수록 기존 1·2세대 상품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 지점을 5세대 실손의 가장 큰 구조적 한계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 개편의 목표는 비급여 과잉 이용 구조를 완화하고 손해율을 안정시키는 데 있지만 현재 인센티브 체계로는 손해율에 도움이 되는 가입자보다 원래 손해율이 낮았던 가입자만 먼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존 세대의 위험집중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환 할인은 결국 보험료 민감도가 높은 가입자에게 더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며 "병원을 자주 가는 가입자는 보험료보다 보장 범위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업현장의 미온적인 분위기도 이런 구조적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보험설계사들은 상품 구조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소비자 설득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중증·비중증 구분, 급여·비급여 체계, 자기부담률 변화까지 설명해야 하는 데다 기존 상품에서 보상되던 항목이 전환 이후 제외될 경우 민원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험료만 보면 소비자 관심은 높지만 실제 의료 이용 패턴까지 따져 설명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특히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기존 상품 유지 쪽으로 기운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세대 손해율은 113.2%, 2세대 112.6%, 3세대 138.8%, 4세대는 147.9%를 기록했다. 합산 위험손해율은 119.3%로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약 119원을 지급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손해율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실손보험은 보험료 인상폭이 연간 최대 25%로 제한돼 있어 손해율 상승을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이 높은 보장을 유지하면서 보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5세대 실손의 성패가 결국 전환 유도책의 실효성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단순 할인 혜택만으로는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저위험 가입자 중심의 이동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고위험 가입자들도 이동을 고민할 만큼 보험료 체계와 비급여 관리 구조가 함께 바뀌어야 실질적인 손해율 개선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시행 예정인 계약전환 할인제도와 선택형 할인특약이 실제로 얼마나 전환 수요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일부 비급여 보장을 제외해 보험료를 낮추는 선택형 할인특약은 보험료 부담이 큰 가입자들에게는 일정 부분 유인이 될 수 있지만, 비급여 이용 빈도가 높은 가입자들에겐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가격 표준화, 관리급여 확대, 보험료 규제 완화 등 추가적인 구조개편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5세대 실손 역시 우량 가입자만 이동하는 상품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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