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피해? 100조 피해? 삼성전자 총파업 ‘천문학적 손실’ 규모, 뭐가 맞을까

김세훈·조미덥 기자 2026. 5. 18. 15: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김정근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파업 피해 규모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잠재적 피해를 더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지만, 긴급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만큼 수치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하락하고, 피해규모는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업계 등에서 주장하는 피해 규모 100조원은 생산 차질로 인한 직접적 피해액에 시장 신뢰 하락, 산업 생태계 위축 등 각종 ‘보이지 않는 비용’을 추산한 규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담화에서 ‘경제적 피해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긴급조정 검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파업으로 피해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피해액도 크게 달라진다. 우선 정량적으로 확인되는 지표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분이다. 한은은 지난 14일 열린 ‘시장 상황 점검 회의’ 때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파업이 18일간 진행되고, 복귀까지 약 3주가 걸리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조 측도 지난달 결의대회에서 18일간의 총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20조~3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파업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JP모건은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을 4조5000억~9조원으로 제시했다. 파업 규모가 커져 메모리와 파운드리 부문의 일일 웨이퍼 처리량이 각각 40%, 75% 감소하는 ‘악화’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9조원 수준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노조 측 예상치보다 피해 규모가 작다.

일각에서는 28분간 정전으로 5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2018년 평택 공장 사태를 기준으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도 한다. 이를 환산하면 하루에 약 2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다만 평택 공장 사례는 정전으로 생산 설비가 완전히 멈춰 웨이퍼를 대량 폐기한 경우로, 파업과 동일하게 비교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날 법원이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에서 평시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라고 결정한 점도 변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업이 이뤄진다고 해도 우선은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작은 ‘제한된 파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생산 차질 등 유형의 피해보다 신뢰도 저하 등 무형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외에 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대부분 주문생산 방식으로 공급된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고객을 대상으로 납기일을 못 맞추거나, 품질 하락이 확인되면 위약금을 부담해야할 수 있다. 현재 애플 등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 중인 파운드리 사업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1700개가 넘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파업 참여율도 주요 변수다. 초기업노조 측은 현재까지 4만5000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 의사 밝히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압박과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더해 최근 사내 노노갈등까지 번지면서 파업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4년 7월 삼성전자 첫 파업 당시에도 파업 동력 약화로 실제 생산 피해는 미미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4만명 이상이 참여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실제 파업에 얼마나 참여할지는 가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100조원 언급은) 사측의 파업 대비책을 고려하지 않고, 잠재적 비용을 다 포함해 과대 측정한 측면이 있다”면서 “과거에도 노조 압박용으로 자주 쓰던 수법인데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