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기호일보 2026. 5. 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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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승(사)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남북장애인교류협회 회장/국민대 글로벌평화·통일대학원 특임교수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장
남북한이 분단상태에 접어든지도 어언 80년이 경과하고 있다. 이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동족(同族)인 남북한의 정부인사 및 관련기관·단체의 인사들은 서로 상대지역을 방문했으며 그 때마다 서로 손을 잡고 '우리는 하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강변(强辯)하면서 눈시울을 뜨겁게 적시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7월부터 제3대 절대통치자인 북한의 김정은은 선대(先代) 통치자와는 달리 우리의 국호(國號)를 '대한민국'으로 지칭하기 시작했고 그해 말부터는 '통일, 동족, 삼천리, 금수강산' 등과 같은 용어(用語)의 사용을 금지시켰으며 '적대적 두국가 관계'라는 대남관(對南觀)을 주창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그 배경과 특성은 무엇인가?

북한은 2023년 말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관계'로 고착(固着)됐고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천명했다.

이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는 남북관계를 교전국관계로 규정한 것을 헌법에 반영하는 법제화를 촉구했으며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헌법에 명기하고 북한 헌법에 규정된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평화통일 3대 원칙에 대한 표현을 삭제하는 헌법개정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접경지역의 모든 남북 연계조건들의 분리, 평양에 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폐지를 결정, 대남기구 정리를 신속히 실행하고 대남적대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관계' 기조(基調)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해 8월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밝힌 화해정책을 폄훼하면서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상대가 될 수 없다"고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3차회의(2025.9.21)에서 "우리는 정치·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속국이며 이질화된 타국이다"라며 "통일은 불필요하다"고 강변했으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1차 회의(2024.10.7.~10.8)에서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확정했고 제9차 당대회(2026.2.19.~2.25)에서는 김정은이 시정연설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불퇴로 공고히 다지면서 대적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렇듯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한 배경으로는 첫째, 북한이 이전까지는 '핵무기 보유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기대했으나 '한·미 핵협의그룹' 창설과 '유엔사의 다국적 전쟁기구화' 등으로 '힘의 균형'이 이뤄져 어렵게 됐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종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주장을 강변(强辯)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둘째, 한국과의 국력격차로 이제는 더 이상 북한주도의 일국양제식 연방제통일이 실현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셋째,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한 김여정 당 총무부장의 담화처럼 북한의 정치체제 전환을 위해 남측의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성 등 때문이라 보여진다.

결국 북한의 지속적인 '적대적 두 국가론' 주창(主唱)과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감안할 때 지난 1990년대 초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체제 하의 '나라와 나라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민족내부관계'를 지속적으로 주장·강조하는 것보다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북한이 스스로 '적대적 2국가론'을 철회 내지 취소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설득·유인하는 입장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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