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마트폰 신청은 언감생심”… ‘고유가 지원금’ 신청으로 본 대구의 두 풍경
범어3동, 청년·직장인 모바일 신청에 대기석 텅 비어 대조
행정·복지 디지털 전환 속 고령층 '디지털 격차' 소외 깊어져

"인터넷으로 하면 빠르다고는 카는데,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우예 신청하는지 알 턱이 있나. 날도 더워지는데 아침 일찍 와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게 마음 편하지."
고유가 피해 지원금 2차 오프라인 신청 접수가 시작된 18일 오전 9시, 대구 남구 대명9동 행정복지센터 입구는 이른 아침부터 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출입문 근처의 직원들은 방문객들에게 출생 연도를 물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신청 대상인 출생 연도 끝자리를 미처 확인하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고령층 주민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돋보기 고쳐 쓰며 '위임장' 작성…북새통 이룬 구도심
대명9동은 구도심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어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모바일이나 온라인 신청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대거 현장으로 몰리면서, 행정복지센터 측은 2층에 전용 대기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했다. 주민들은 1층에서 번호표를 받은 뒤 2층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특히 2층 대기 공간 한편에 마련된 '대리 신청 서류 작성 구역'은 가족의 지원금을 대신 받으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리 신청에 필요한 서류(대리인 신분증, 위임자 신분증 사본, 위임장, 가족관계증명서)를 갖추기 위해 주민들은 1층 민원창구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다시 2층으로 올라와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위임장을 적어 내려갔다.

◆"출근길 앱으로 1분 만에 끝"... 텅 빈 신도심 창구
같은 시각, 수성구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의 풍경은 대명9동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오피스텔과 신축 아파트가 밀집해 청년층 및 젊은 직장인 거주 비율이 높은 이곳은 지원금 신청 첫날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오전 10시가 넘도록 고유가 피해 지원금 전용 창구를 찾은 방문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창구 앞 대기석은 텅 비어 있었다. 간혹 전입신고나 서류 발급을 위해 방문한 민원인만 드문드문 보일 뿐, 신청 서류를 쥐고 줄을 선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범어3동 주민 성진주(31)씨는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은행 앱으로 신청하니 금방 끝나더라"며 "한시가 바쁜 직장인 입장에서 현장에 직접 가는 건 무리라 줄곧 모바일 앱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리해진 모바일 행정, 고령층에겐 여전히 '높은 벽'
이날 대구 지역 행정복지센터에서 연출된 두 가지 이질적인 풍경은 우리 사회의 깊어지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주었다.
행정 및 복지 서비스의 무게중심이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젊은 층의 편의성은 극대화되었지만, 스마트 기기 조작이 서툰 고령층에게 디지털 전환은 도리어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범어3동에 거주하는 양희자(71)씨는 "아들이 은행 앱으로 신청하면 된다고 하는데 평소 인터넷 뱅킹도 사용하지 않는 터라 앱 사용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김도경 기자 gye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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