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배식’ 이어 들녘에 ‘도시락’ 배달까지···농번기 공동급식, 약 30년 만에 전국 확산[현장]

최승현 기자 2026. 5. 1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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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지역서 2000년 첫 시작
공동 급식, 지원 형태도 다양해져
지난해 6월 강원 정선군 정선읍 용탄 3리 주민들이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용으로 배달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정선군 제공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새참까지 준비하려면 힘들어요. 들녘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지원해 주니 정말 고맙죠.”

과수와 감자를 주로 재배하는 강원 정선군 임계면 임계 3리 여성 농업인들은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농작업이 한창 진행되는 다음 달 1일부터 보름가량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동급식은 약 30년 전 철원에서 단체 배식 형태로 시작해 최근 전국에서 도시락 배달 형태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임계 3리에는 지역 업체에 주문한 1인당 9000원짜리 도시락이 점심시간 전 마을회관으로 매일 배달될 예정이다.

임계 3리 이장인 김동주씨(62)는 18일 “조만간 사과 열매 수를 조절해 상품성을 높이는 적과 작업과 감자밭 제초작업이 진행돼 무척 바쁜 시기인데, 자치단체에서 공동급식 비용을 지원해 줘 46명이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 마을은 고령자가 많아 공동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도시락 배달을 선호한다”며 “식사 준비 부담이 없어지니 할머니들 표정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강원 정선군 정선읍 용탄 1리 주민들이 밭 옆길에 앉아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용으로 배달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정선군 제공

정선군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3억4630만 원을 들여 58개 마을을 대상으로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을 시행한다. 지난해보다 지원 예산이 25%가량 증액된 규모다.

공동 급식 시설을 갖춘 신동읍 천포리, 여량면 봉정리와 구절2리, 북평면 남평1리 등 10개 마을엔 부식비 명목 등으로 각각 775만 원을 지원해 농번기에 단체 급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시락 배달 형태로 공동급식을 하는 정선읍 덕우리, 사북읍 직전리, 화암면 석곡 2리, 남면 무릉1리, 임계면 임계 3리 등 48개 마을엔 각각 560만 원을 지원한다.

7년 전부터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사업을 시작해온 정선군은 매년 지원 대상 마을을 확대하고 있다. 안상희 정선군 농업정책과 농촌활력팀장은 “이 사업은 생산성 향상과 마을 공동체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식중독 예방을 위한 조리원 위생교육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외촌리 철원근대문화유산 전시장 인근에 마련된 농번기 공동 급식소인 ‘못자리 공동 취사장’에서 농업인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철원군 제공

농번기 공동급식을 전국 처음으로 2000년 시작한 철원에서는 지난달 2일부터 21일까지 20일간 민간인 통제구역선 내에 있는 철원읍 외촌리 철원근대문화유산 전시장에서 ‘못자리 공동 취사장’이 문을 열었다. 철원군과 철원농협이 봄철 못자리 설치 시기에 맞춰 운영한 곳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밥과 국은 물론 5~6개 반찬을 무료로 제공했다. 사업비는 9000여만원으로, 하루 평균 800여 명 농업인이 이용했다.

철원에서 시작은 농번기 공동급식은 현재 충남도, 전라남·북도, 경남도 등에서도 각각 도비 지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올해 영농철 여성 농업인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2000개 마을에서 공동급식을 운영한다.

강원도 농정과 농업협력팀 이명근 주무관은 “올해 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정선, 홍천, 양구, 화천 등 14개 시·군에서 농번기 공동급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만성적인 인력난에 봉착한 농촌의 현실을 고려해 공동급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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