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 원 벌어도 무너진다...“왜 맞벌이 안 하냐고?” 외벌이의 현실은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2026. 5. 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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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재테크 동상이몽]
맞벌이-외벌이 소득 격차 사상 최초 ‘2배’ 돌파
문 닫는 어린이집…돌봄 공백에 막힌 복직의 꿈
클립아트코리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결국 복직을 포기했습니다.” 어린이집 대기난과 폐원 사태로 일터 복귀가 무산된 이씨의 한숨은 기혼 여성의 발을 묶는 ‘보육 절벽’이 가계 소득 양극화로 직결되는 구조적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8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명목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1% 불어난 853만 234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치다.

반면 외벌이 가구와 무직 가구를 포함한 ‘맞벌이 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22만 9347원으로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4분기 물가가 2.4%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소득은 사실상 감소한 셈이다. 이에 따라 맞벌이 가구 소득의 맞벌이 외 가구 대비 배율은 작년 4분기 2.02배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배를 돌파했다.

벌어들인 소득에서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계비 부담도 외벌이 가구가 훨씬 무거웠다. 외벌이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식료품비, 주거·수도·광열비, 교통비, 외식비 등 필수 생계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41.9%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분기(43.3%) 이후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맞벌이 가구는 이 비율이 32.1%에 그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여윳돈을 뜻하는 흑자액에서도 명암이 갈렸다. 외벌이 가구의 흑자액은 86만 52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들며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면 맞벌이 가구는 소득 증가율보다 소비 지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여윳돈을 쌓아 흑자액이 9.8% 늘어난 259만 2231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벌이 가구의 소득 정체 압박이 커지면서 기혼 여성들의 경제활동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아이를 맡길 인프라가 붕괴하는 ‘보육 절벽’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어린이집 수는 2021년 5049개에서 2022년 4712개, 2023년 4431개, 2024년 4212개, 2025년 4010개로 해마다 급감했다. 불과 5년 사이에 1000곳 이상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것이다.

같은 기간 보육교직원 수 역시 5만 2263명에서 4만 8026명으로 줄었다. 저출생 여파로 시설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도리어 남아있는 국공립 등 일부 선호 어린이집으로 보육 수요가 몰리면서 입소 대기난이 심화하는 극단적인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돌봄 공백을 뚫고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더라도 기혼 여성들을 기다리는 것은 고용의 질 저하와 낮은 임금이라는 현실이다. 민주노동연구원의 ‘고용률 너머의 불평등: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 질적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고용 처우는 ‘남성 → 경력단절 없는 여성 → 경력단절 경험 여성’ 순으로 단계적으로 하락하는 구조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5세 이상 취업자 비율은 남성이 70.9%, 여성이 55.6%로 15.3%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 경험은 결혼과 출산기인 30~34세(9.1%)를 기점으로 급증해 40대 이후에는 27%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격차 역시 뚜렷하다.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았을 때, 경력단절이 없는 여성 정규직은 78.1%를 받지만,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정규직의 임금은 65.3%로 크게 떨어져 남성 비정규직 수준에 머물렀다. 비정규직일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해 경력단절 경험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남성 정규직의 42.5%에 불과했으며, 3명 중 1명은 최저임금 수준에 그쳤다.

청년층(19~39세)에서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36.2%로 남성(26.7%)보다 9.5%포인트 높았다. 이들은 주로 소규모 사업장과 단기 계약직, 혹은 사회복지서비스업이나 단순노무 직종으로 하향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육아와 돌봄 책임이 특정 성별에 집중되면서 노동시장에서 ‘돌봄 패널티’가 고스란히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벌이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 번째 소득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먼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공과금이나 집세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은 소득이 적은 외벌이 가구일수록 체감도가 훨씬 크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돌봄 인프라 붕괴를 막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만 외벌이 가구의 소득 절벽과 저출생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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