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사단 막내’ 이원모 “이종섭 불쌍” 두둔···재판부 “증인 생각 안 궁금해, 있었던 일만 말하라”
이원모 전 비서관 증인 출석, 인선 과정 답변
“가족이 특검 수사받고 다 망가져” 항의도

‘친윤석열계’ 검사로 꼽히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 의혹 재판에서 당시 대통령실을 두둔하는 취지로 증언하자, 재판부가 “의견을 묻는 게 아니니 기억나는 일만 답하라”고 제지했다. 이에 이 전 비서관은 “제 가족도 일방적인 수사를 받느라 다 망가졌다”며 언성을 높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도피 의혹 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범인도피 혐의 등을 받는 장호진 전 외교부 차관에 대해서만 별도 피고인으로 분리해 진행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는데,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분리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증인으로는 이원모 전 비서관이 출석했다. 이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2024년 1월까지 대통령의 인사 사무를 보좌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근무 당시 ‘윤석열 사단의 막내 검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채해병 이명현 특검팀은 당시 외교관 공관장 인사 업무를 맡았던 이 전 비서관에게 이종섭 전 장관의 인선 과정을 물었다. 이 전 비서관은 “당시 (VIP 격노설을) 정치 공세로 받아들였고, 그 정도 사안으로 (인선이) 안된다고 하면 저희 정부 때 인사는 아무것도 못 했다”며 대통령실을 두둔하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 전 비서관은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아침에 뉴스 틀어놓으면 하는 일이 뉴스 끄는 일이었다”며 “지금 딱 하나만 놓고 보면 중요해 보이지만 이게 일상이었고, (연루된) 이종섭이 불쌍하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 대해 “저 때 기준으로 이종섭도 그렇고 대통령실에서도 억울한 상황에서 대응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전 비서관의 답변 도중 “그 답변은 듣지 않겠다”며 “이 사건에 대한 증인 의견을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제지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인선이 시작된) 2023년 11월에 있었던 일만 기억해서 말하면 된다”며 “증인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궁금하지 않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이 전 비서관은 “(특검 측이) 뻔히 어떤 질문을 하는지 아는데, 제가 반박하지 못하느냐”며 “제 가족도 지금까지 수사받고 다 망가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비서관은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고, 휴정 뒤 증인신문 과정에선 자신이 대통령실에서 재임하는 동안 이 전 장관의 인선 절차가 진행됐다는 사실에 대해선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 대사 임명 의혹은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논란이 커지던 2023년 9월쯤 윤 전 대통령이 법무부, 외교부, 국가안보실, 대통령실 인사들과 공모해 수사외압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에 임명해 출국시켰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당시 피의자 신분이던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고, 인사 검증을 형식적으로 진행해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봤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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